“다스 실소유주 증명안되면
MB 상당수 혐의 무너질 것”
재판과정 법리다툼에 초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15일 검찰 조사에서 20여 개에 달하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은 향후 법정 공방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포석으로 해석된다. 구속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수사 과정이 아닌 재판 과정에서 법리 다툼을 정면으로 벌이겠다는 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의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배치되는 측근들의 진술이나 객관적 물증을 제시하는 경우에는 “몰랐다”거나 “실무선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 부인 전략을 일관되게 펼쳤다.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한 대다수 측근의 진술이 이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및 다스 경영비리 의혹의 ‘주범’임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 공범 혹은 종범과 진술이 엇갈리면 통상 구속영장 청구 판단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이 혐의 부인 전략을 고수하는 데는 구속을 불사한 채 향후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검찰 조사로 검찰의 ‘카드’를 충분히 확인한 만큼 법정에서 법리로 다퉈 보겠다는 판단이다. 증인 신문과 증거 조사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엄격하게 증명되지 않으면 상당수 혐의는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에 가기 전이라도 기회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일단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영장심사에서 1차로 다퉈 볼 수 있고, 설사 구속이 되더라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구속적부심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민간 부문 뇌물수수의 경우엔 정치자금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검찰 조사에 앞서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찾은 측근들에게 “돈도 받지 않으려 노력했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가능하면 부정한 돈을 쓰지 않으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이 전 대통령의 혐의 부인 전략에 개의치 않고, 이미 뇌물수수 등 주요 혐의에 대해 일정한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듣는 게 우선적인 목적이었다”면서 “통상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수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로서는 이미 구속 기소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뇌물수수 혐의의 방조범으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명시한 이상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란 판단이다. 검찰은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정한 뒤 이르면 4월 초, 늦어도 4월 중순에는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할 방침이다.

이 경우 5월부터 재판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통령 측 역시 향후 재판을 염두에 두고 전관 출신 변호사를 중심으로 변호인 추가 선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강훈 변호사가 전담해서 재판 기록 검토를 도와줄 수 있는 실력 있고 젊은 변호사를 물색 중”이라면서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2~3명이 고려되고 있지만, 대형 로펌 소속이라 조건을 맞추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