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회담서 해제 요구 가능성
美 ‘제재법’ 6가지 조건 맞춰야
최대 1년까지 ‘유예조치’ 가능

북한이 5월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미사일 등에 대한 논의 진전에 맞춰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 조건이 워낙 엄격해 회담 진행만으로 제재 유예나 해제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미국의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총 6가지 조건에 대해 북한이 진전을 보였다는 판단 아래서만 대북 제재를 유예 및 해제(제4조 1항)할 수 있다. 2016년 발효된 이 법에는 6가지 조건 중 하나로 북한이 미국 화폐 위조 활동을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중단하는 데 진전을 보여야 하고, 위조하는 데 쓰이거나 전문화된 장비도 폐기 또는 포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북한이 돈세탁 활동 중단·예방에 관한 일반적인 규약 준수 조치를 취했다는 판단도 필요하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 검증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 진전을 보여야 한다는 요건도 들어 있다. 여기에는 핵무기 프로그램 검증을 위한 세부 조치도 포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한 정부는 불법으로 억류한 해외 국민에 대한 해명과 송환 조치를 해야 하며, 인도적 지원 분배·감독에 관한 국제적 규약도 준수해야 한다. 정치범 수용소의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검증된 조치를 취하는 진전도 보여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이 6가지 조건들을 충족했다고 판단할 경우 최대 1년까지 제재 유예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이 6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추가로 5가지 조건에 대해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판단되면 제재의 무기한 해제도 가능하다.

추가 5가지 조건으로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생화학·방사능 무기 프로그램 폐기(CVID)에 관한 진전 △정치범 수용소 억류자 모두 석방 △평화적 정치활동에 대한 검열 중단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완전한 송환에 대한 진전 등이 제시돼 있다. 대통령이, 북한이 이 조건들을 충족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의회가 승인할 경우 즉시 제재 해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