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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2월 28일 임시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앞으로는 근로자의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함으로써 마치 자신들이 국민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준 듯이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근로자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우려들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대기업 중 상당수는 자체적으로 주당 52시간을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대기업 근로자들은 이번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반면, 중소·영세기업 근로자의 경우 당장 월급여가 3분의 1 이상 줄어드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의 취지는 근로자들에게 일명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보장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다운 삶’이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먹고살 만한 정도로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일을 많이 안 하는 것이 행복한 일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이 행복한 일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법 개정은 근로자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해 보고 시행령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게 시급하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분명한 점은, 선진국들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외에 추가 근로시간을 법으로 막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추가근로시간에 대해서는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현실에 맞게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는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근로가 이뤄진 사업장의 기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물론, 국회는 이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오는 7월 1일부터는 300명 이상인 대기업에만 이 제도를 적용하고 영세·중소 기업들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시행될 것이라 한다.

다른 시각을 가진 쪽에서는 근로자들이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자진해서 추가 근로를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법리와 판례상으로 근로자들이 자진해서 추가 근로를 한다 하더라도 기업주들은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추가 임금까지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국회가 예상했던 연착륙 입법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번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인해 중소·영세 기업주들 입장에서는 앞으로 근로자를 추가로 더 고용하든지 아니면 폐업을 결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의 행복이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야 하며, 그 직장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보장됐을 때 실현될 수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법 개정으로 대기업의 근로자들과 중소·영세 기업들의 근로자들 간 임금 양극화가 더욱 더 심해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이번 법 개정은 정치권의 성급한 인기영합주의가 낳은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함은 물론, 중소·영세 기업들을 제외하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비자발적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기업주의 형사처벌도 완화하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