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사태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정권도 없는 정치권이 선봉에 나섰다. 지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이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이다. 한국GM 노조는 정치권으로 달려갔다. 먹튀 논란을 점화하고 노동과 자본의 대립 구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언론은 한국GM과 산업은행의 은밀한 계약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다. 기업의 회생 방안이나 구조조정 방안보다는 선악의 대결이라는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정치인이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보았듯이 남의 옷 빌려 입고 얼굴 내미는 데 선수들이다. 영광은 내 것으로 만들고 비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한다. 한국GM 사태에서도 정치권이 나서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포장하고 국민은 빚더미에 내몰리는 상황이 우려된다.

한국GM 노조의 행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노조가 정부와 사측에 촉구한 ‘3+6’ 요구안은 해결책이 못 된다. 노조는 정부에 한국GM의 경영진과 산업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요구했다. 특별세무조사와 산업은행과의 협의서 공개가 현 상황에서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노조가 경영실태조사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노영 기업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정치적 노림수다.

사측에 대한 제안도 사태 해결보다는 책임 전가를 위한 언론 홍보용에 불과하다. 군산공장의 상황은 이미 공장가동률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공장 폐쇄와 다름없다. 군산공장의 생산성은 전 세계 공장 중 최하위권이고, 노조는 기업이 적자가 나도 성과급을 챙겼다. 파업 압력으로 고용 비용은 늘어나고, 연구·개발(R&D) 경쟁력도 뚜렷이 입증된 바 없다. 그 누가 신규 투자에 나서겠는가. 국내 다른 완성차 업계도 해외에서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데, 글로벌 GM이 한국에서 수출 기반을 확보하겠는가. 수출 물량이 현저히 줄고, 내수 시장도 위축되는 상황에서 신차 투입의 불확실성은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GM은 자본잠식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다. 정치적 해법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선,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고육책이다. 선거를 의식해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혈세(血稅)를 투입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구조조정 없이 경영이 개선될 수도 없다. 장밋빛 로드맵을 빌미로 1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도 1년도 못 버틴다. GM 본사도 경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한국GM의 합병이나 영업인수 등 전체 자동차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GM도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밝혔다고 한다. 이것이 고용 감소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또,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의 폐쇄 결정을 발표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응은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이 법인세를 현저하게 낮춘 상황에서 우리는 법인세를 인상했다. 어느 기업이 환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글로벌 허브 공장을 건설하겠는가. 더욱이 강성 노조가 경영권을 침해하고, 정부는 세무조사와 경영실태조사를 압력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영 환경에선 사업 철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악화한 경영 환경에서 발생했다. 국민의 혈세 투입은 미봉책이다.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위해 오직 경제 논리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