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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근로자 최저임금이 시급(時給) 753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6.4% 인상된 지 오늘 1월 31일로 꼭 한 달이 된다.

며칠 전 여당 정책위원장은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은 모두 함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 후속 대책으로 “상가임대차 계약갱신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안 등 필요한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248개 지역위원회가 최저임금 홍보센터가 되어 주민들을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 정책위원장의 이 같은 노력도,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한국 경제에 최저임금의 과속(過速) 인상은 치명적인 독(毒)이 돼 이미 서민 생활에 깊은 주름을 남겼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저임금과 세금을 올리면 고용률은 떨어지고 경제성장은 둔해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기술마저 없어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데, 그가 제공하는 노동력은 쉽게 대체될 수 있는 것이어서 해고가 쉽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의 비자발적 이직자가 46만4000명에 이르렀다. 그중 임시·일용직이 84%인 39만4000명으로 2012년 1월 이후 5년11개월 만에 최대 규모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보호해야 할 계층을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로는 최하층민인 비숙련·저임금 근로자에게 가장 혹독한 타격이 됐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임금만 인상한다고 해서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가 해소되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될 수는 없다.

정부는 3조 원의 일자리안정기금을 마련했지만, 사업주는 물론 근로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근로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푼 안 되는 알바비에서 근로자 부담 보험료를 공제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업주로서도 알바생에게까지 4대 보험을 들어줘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4대 보험에 드는 순간 알바생도 정규직이 돼 봉급과 보험료는 물론, 퇴직금까지 신경 써야 한다. 임금과 보험료 및 퇴직금 계산도 매우 복잡해서 업주가 스스로 많은 시간을 들이든지 아니면 세무사에게 의뢰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찮다. 세금을 내기 위해 또 돈을 써야 하는, 참으로 짜증 나는 구조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량한 자영업자도 모든 수입이 노출되는 부담이 따른다. 게다가 내년 이후에도 정부가 이 안정기금을 계속 풀지 어쩔지 모르는데 덜컥 4대 보험부터 가입하면, 근로자 해고도, 보험 해지도 어렵게 된다. 뒷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정부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낮췄지만, 임대료 인상률 조정만으로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최저임금 제도의 대폭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업종별·지역별로 인상 폭을 조절하는 등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1∼9명을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우는 최저임금 채택을 수년 미룰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25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에 한해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법률로 정하지 말고, 각 도의회나 시의회의 조례로 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조례 시행을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기가 선(善)하면 선한 게 아니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