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올림픽 취지 연결 중요
대회기간 정상급 14명 만나
美 펜스부통령과 회담 주목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2월 9∼25일) 기간에 방한하는 해외 정상급 인사 14명과의 연쇄 회담 및 오·만찬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창 외교전’에 돌입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끌어내 ‘평화 올림픽’을 치른 뒤 이를 계기로 북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이루겠다는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혀왔다. 이번 연쇄 회담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고,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대화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지점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갖는 정상급 회담이다. 청와대는 평창올림픽 이후 대화 흐름이 유지되기 위해선 북·미 대화의 성사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2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로 이어지게 하고, 다양한 대화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조야에서는 ‘남북 대화 분위기가 북한 비핵화 기조를 흩트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26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올림픽 대화만으론 대단히 중요한 문제들을 다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과 관여’를 유지하는 미국과의 공조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북·미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인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펜스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는 평창패럴림픽(3월 9∼18일)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는 시점에서 북한의 반응을 가늠하는 사전 탐색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공조와 함께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현안을 중점 논의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앞서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한국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미국이 평창올림픽 기간에 한·미·일 정상급 회담 개최를 타진했다며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재확인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관련 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일정 조율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이번 평창올림픽 기간에 당 서열 7위인 한정(韓正)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정부는 북한과 밀접한 관계인 중국과의 공감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 구상에 협조를 요청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중국이 차기 2022년 동계올림픽 주최국인 만큼 시 주석의 폐막식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