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南은 ‘체류·행사비’ 전액 대주는데… 北은 ‘경유 1만ℓ’ 등 떠넘겨

제재품목 경유 내일 北으로
조명·음향 무대장비도 조달

美·유엔 등과 사전합의 못해
대북제재 국제공조와 엇박자

정부가 금강산 남북 합동공연을 위해 유엔과 미국이 대북 제재 품목으로 정한 경유 1만 ℓ(약 63배럴)를 30일 북한으로 반출하기로 했다. 또 합동공연에 필요한 조명기기, 음향기기 등 각종 행사 장비도 북한에 가져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우려가 제기되자,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남북에서 열리는 행사 비용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으나 금강산 남북 합동 공연 준비 과정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29일 통일부와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 실무 담당자 등에 따르면 우리 측 행사 준비 담당자들은 행사장인 금강산 문화회관 전력 공급에 필요한 경유 1만 ℓ와 전기 패널 등 행사 장비를 가지고 30일 방북한다. 통일부는 29일 중으로 해당 물자 반출과 관계자 방북 승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명·음향 등 무대장비 등도 2월 1일 북한으로 송출할 방침이다.

정부는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 기자단, 고위급 인사 등 북한 대표단의 체류·행사 비용 전액을 우리 측이 부담하되, 북한에서 열리는 행사와 관련해선 “북측이 편의제공을 하기로 했다”며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협의 과정에서 전력 공급 등을 남측이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가 경유와 무대장비 등을 북측에 보내기로 했다. 북한 지역에서 열리는 합동공연 비용을 사실상 우리 정부가 떠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저자세와 눈치보기로 상호주의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경유 반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 엇박자나 한·미 동맹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일부는 유엔 대북 제재는 북한에 대한 정유 제품 공급을 연간 50만 배럴까지 허용하고 있는 만큼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미국이 독자적으로 정유 제품의 북한 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번 경유 반출을 놓고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 등은 아직 경유 공급과 관련해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유 반출 이후 관련 사실을 미국 정부에 통보하거나 사후 설명을 하면서 한·미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영주·박준희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