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입장발표

“수업금지 여부 내년초에 결정”
정책발표 한달도 안돼 재검토
“사회적 합의 부족” 실책 인정

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내년 초 확정된 방안을 발표하기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영어 수업 금지 정책을 발표한 이후 한 달도 안 돼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한 것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국민의 우려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 우선 유아 등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영어 사교육과 불법 관행 개선에 주력하고,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당초 올해 3월부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유치원·어린이집도 영어 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면 사교육이 성행하는 등 ‘풍선 효과’가 발생한다는 교육계와 학부모의 반발이 커지면서 교육부가 이처럼 정책 궤도를 전면 수정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영어 교육 금지 시 사교육 부담 증가와 이로 인한 영어 교육 격차 발생 등의 우려와 함께 유아 영어학원 등 사교육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행 학교 영어교육의 적절성 문제 제기 등 영어 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책을 인정했다.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3학년에 진학하면 영어를 배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더라도 버젓이 영어 학원이 있으면 선행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비판을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신 교육부는 과도한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수업 운영과 고액 유아 영어 학원에 대해 철저한 단속은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일단, 교육부는 ‘조기 영어 교육의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 원칙은 지켜간다는 방침이다. 영어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무리 없이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초등 영어교육의 난이도를 조절할 방침을 세웠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