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 달라진 회견 풍경

‘국민’ 64번 ‘평화’ 15번
‘적폐’는 2회 거론 그쳐
文 답변뒤 참모 보충설명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 ‘사랑의 열매’ 배지를 단 짙은 푸른색 정장과 파란색 넥타이 차림을 하고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약 25분에 걸쳐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발표했고, 신년사에는 ‘국민’이라는 단어가 총 64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평화’는 15번, ‘국가’가 11번, ‘경제’가 9번 등장한 반면 ‘적폐’는 2번 거론에 그쳤다.

회견 질의응답은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목해 질문을 받은 뒤 즉석에서 답하는 방식으로 60여 분간 진행됐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질문자를 지명했던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 달라진 풍경이었다. 회견에는 청와대 출입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이 참석했고, 외교·안보 분야 첫 질문에 대해 수십 명의 기자가 손을 들자 문 대통령은 조금은 당황한 듯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앞자리에 앉은 기자를 지목해 질문을 받았다. 뒤편에 앉은 기자를 지목할 때는 ‘손에 종이를 들고 있는 분’ ‘초록색 (옷 입은) 분’ ‘왼쪽 맨 끝에 앉은 분’ 등 주요 특징을 말하며 질문자를 선정했다.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이 같은 방식은 문 대통령이 직접 참모진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참모는 주제가 잘 배분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이 자유롭게 질문이 오갈 수 있도록 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 발표 때까지만 해도 다소 굳은 표정이었지만,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자들의 질문을 메모지에 받아 적으며 간혹 미소를 보이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등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발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성장률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일차적으로 답변한 뒤 발언권을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넘겨 보충 설명을 듣는 등 배석한 참모들이 나서기도 했다.

회견이 진행된 청와대 영빈관의 취재진 좌석은 국회 본회의장처럼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배치됐다.

김동하·유민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