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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교육에 관한 한 한국인 누구나 일가견을 가지고 있어 선거 때마다 핫이슈로 등장한다. 교육열도 높아, 온 가족 중 수험생이 있는 경우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어려울 정도이고, 대입 수능이 치러지는 날에는 비행기 이착륙도 규제한다. 세금으로 마련한 교육 예산도 이제 많이 늘어 초·중·고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 높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사교육비는 줄어들 줄을 모르고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외고·국제고·일반고 선발 시기를 일원화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번 개정으로 현재 전기로 돼 있는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선발 시기가 2019학년도부터 후기로 이동해 일반고와 함께 실시된다. 외고·국제고·자사고와 일반고 간 공정하고 동등한 입학 전형을 해 우수학생 선점을 없애고 고교 서열화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로 확산된 자사고는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과정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수월성 교육에 집중하는 학교다. 외고는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국제고는 국제정치나 외교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현재 전국에 자사고는 46개교, 외고는 31개교, 국제고는 7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전체 고교를 놓고 봤을 때 2%가량에 불과하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월성 교육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양성 차원에서 이들 학교가 필요하며 유지돼야 한다. 어느 나라든 소수의 수월성을 강조하는 자율형 학교는 있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점이 정상화하거나 일반고가 살아난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학교교육은 수월성과 형평성의 두 축으로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이 사회적 산물임을 인식하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입 제도 개선 등 교육 현안을 다룰 국가교육회의를 출범시켰다. 여기서 새로운 중장기 교육 비전도 마련한다고 한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 교육은 김영삼 정부 때 발표했던 ‘5·31 교육개혁안’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에 생각할 수 없었던 사회적 변화를 맞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나 4차 산업혁명 같은 외적 환경, 우리 국민의 수준 높은 역량과 에너지, 교육개혁에 대한 강력한 요구 등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염두에 둔 중장기 교육 비전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교육이 더는 걱정과 불안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학생은 행복하고 교사는 보람을 느끼고 학부모는 안심하도록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도 같은 생각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육은 획일화보다는 다양화가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획일적으로 하나의 틀에 맞춰서 모든 것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정한 분권화 즉 마을 단위에서 교육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율화, 시·군 단위 지방교육자치가 해법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평준화 학교가 기반을 이루고 수월성을 강조하는 특성화 학교는 진정한 사립의 성격을 띨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의 국가교육회의를 넘어 여야,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마련되고 여기에서 풀뿌리 분권에 기반한 교육 거버넌스를 근본적으로 다시 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