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허가부터 추후점검까지 모두 부실…‘火’키운 소방당국

이미지 크게보기비상구인줄 알았는데… 비상구 출입통로를 창고로 사용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는 제천 스포츠센터 2층 도면(왼쪽, 홍철호 의원실 제공)과 목욕용품 선반대가 놓여 있어 비상구 출입구를 찾지 못한 희생자들의 손자국이 남아 있는 현장 사진. 연합뉴스

“도면에 창고사용 나오는데
소방당국은 지적조차 안해

피난통로폭 120㎝ 안되고
선반 등 막혀 50㎝에 불과
비상시 대피마저 못하게해”

지난 21일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이면에는 2층 비상구 출입 통로를 창고로 사용하도록 묵인한 소방 당국의 방심과 안전 불감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소방당국이 허가 과정뿐만 아니라 추후 점검까지 부실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참사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소방당국에 대해 경찰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7일 홍철호 의원실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라 비상구 내부 피난통로 폭을 120㎝ 이상 확보해야 했지만, 사망자가 다수 나왔던 2층 비상구 통로는 선반 등으로 가로막혀 약 50㎝에 불과했다는 현장 증언이 나오고 있다. 비상구 통로를 창고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으로도 모자라 비상시 필요한 최소한의 대피 통로조차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건축 전 건물 도면을 검토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소방특별조사에서도 원활한 비상구 출입이 불가능한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라며 “외부 업체에 감리를 맡기더라도 소방당국이 직접 현장조사를 실시함과 동시에 설계도서까지 꼼꼼히 체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소방당국의 행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당국에서 비상구의 출입통로 앞을 창고로 사용하도록 건축허가에 동의했다면 큰 문제”라며 “비상구 출입통로가 선반들로 막혀 있던 것은 이번 화재에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던 주요한 원인이었는데 건축 시에 소방당국의 허가 사항이었고 이미 도면에 비상구가 창고로 사용될 것이 드러나 있었음에도 지적조차 되지 않았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유족은 “이번 화재는 이처럼 총체적인 부실이 방치된 끝에 발생한 인재”라며 “건축허가와 감리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점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스포츠센터 소방시설을 점검했던 J사와 함께 제천소방서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지만, 경찰은 공식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은 화재 발화원인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전날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에 따라 이를 검토하고 구체적인 소방 관리·감독 부실 경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제천 = 노기섭·이희권·조재연·김수민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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