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비상구인줄 알았는데… 비상구 출입통로를 창고로 사용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는 제천 스포츠센터 2층 도면(왼쪽, 홍철호 의원실 제공)과 목욕용품 선반대가 놓여 있어 비상구 출입구를 찾지 못한 희생자들의 손자국이 남아 있는 현장 사진. 연합뉴스

건물도면·감리보고서 등 승인
“소방당국이 사실상 위험 방치”

제천참사 유족 자체조사 착수
“원인규명·철저한 진상조사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에서 가장 많은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건물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출입 통로를 창고로 사용하도록 소방당국이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 인허가 시 안전 요건을 제대로 충족했는지 점검해야 하는 소방당국이 되레 비상 탈출구를 막은 행위를 묵인한 것으로 이에 대한 유족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스포츠센터 건물 도면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지난 2010년 8월 사전 건축허가 과정에서 2층 여성 비상구의 출입 통로 앞을 창고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허가서를 승인했다.

이와 함께 비상구 출입통로 앞을 창고로 사용한다는 계획의 적합성을 검토한 감리결과보고서와 건축 허가 여부를 검토할 때 제출받은 도면과 시방서 등 설계도서(設計圖書)도 소방당국이 승인했다고 홍 의원은 밝혔다.

현행 ‘소방시설공사사업법’에 따르면 소방공사 감리업자는 건물 설계도서와 시공 상세도면의 적합성을 감리하고 이를 반영한 감리결과보고서를 소방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소방서장은 제출된 감리결과보고서를 검토한 후 완공 검사를 승인한다.

제천소방서는 지난해 10월 31일 스포츠센터 건물에 대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했지만, 이때도 2층 비상구의 창고 사용에 대한 지적이나 개선 조치를 하지 않아 위험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지난 21일 참사 발생 당시 2층 비상구 통로가 2m가 넘는 목욕용품 선반 등으로 막혀 있어 비상구를 찾지 못한 이곳에서만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한 유족은 “비상구만 찾을 수 있었다면 모두 살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공개한 도면은 건축 전 허가 과정에서 제출된 것이고 건물 실제 활용 상황을 반영한 완비 도면상 비상구 통로 앞은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한 공간”이라며 “최초 허가 시 왜 창고가 통로에 배치돼 있었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날 제천체육관에서 모임을 갖고 변호사를 선임해 자체적으로 화재 원인 규명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유족들은 소방당국에 ‘골든타임’을 놓친 것에 대한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안전 점검 부실과 건축물 불법 증축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제천 = 노기섭·김수민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