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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과대 교수

금융감독원과 금융지주회사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후보군 선정 과정에 관한 객관적 절차를 마련하는 한편 후보추천위원회 운영에 있어 공정성·합리성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 11월 연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내년 3월 3연임을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는 은행이 주식 이전이라는 제도를 통해 가공의 자본으로 만든 모회사다. 당연히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인 은행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실질적으로 통제할 만한 능력이 없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도 법 제도상의 모회사라는 점 때문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 자회사들의 임원 선임 등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 구성 및 CEO 선임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심한 것이다.

다만,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돼 추정컨대 수십만 명의 민간인 주주가 있는 KB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왜 금융감독원이 CEO 선정에 대해 절차를 마련하고,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에 개입하려고 하는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국인 주주의 비율이 70%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이들 양 금융지주회사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지주회사에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양 지주사 모두 국민연금이 9%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책임 경영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오너십을 행사하기에는 너무나 적은 지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적한 대로 금융지주사 회장이 현직에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 경쟁자를 사전에 정리하고,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굳이 이 시점에 금융 당국이 이러한 민간 금융회사 CEO의 연임 또는 3연임을 저지하려는 것인가.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은 뛰어난 경영 실적으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 뱅크의 위상을 되찾았을 정도로 지난 3년간의 경영 성과 지표가 우수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경우에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이뤄내 자산 기준 국내 1위인 KEB하나은행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는 등 그간의 경영 성과가 우수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이번 금융 당국의 CEO 인선 개입 의지는 관치금융적 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전 정권 때 선임된 회장들에 대한 대폭 물갈이를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 한다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대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금융시장, 특히 은행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해진 건 분명하다. 국내 은행들이 서둘러 여수신 전문의 상업은행으로부터 탈피해 투자은행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리고 핀테크 시대를 맞아 금융회사 스스로 대대적 혁신을 하지 않는 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고사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수없이 지적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금융 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CEO를 경영 성과가 아닌 공정성을 이유로 교체하려는 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자칫하면 정부 실패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