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對北제재 언급도 안돼
사드 또 언급…평창 확답없어
영접·혼밥 등 잇따른 푸대접
“성급한 추진…최악 국빈방문”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 알맹이 없는 한·중 정상회담 결과와 중국의 무례한 태도, 한국의 저자세 외교로 국빈방문이란 취지조차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중국에 가서 우리가 얻은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문 대통령 귀국(16일) 전부터 흘러나온다.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원유 공급 중단 등 구체적인 대북 제재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 측 회담 결과 발표문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등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 정상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합의하면서 한국은 대북 압박의 하나로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공조 관계에서 부담을 떠안게 됐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테이블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재차 꺼냈다. 우리 측 발표문에는 시 주석이 “한국 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기록됐고, 중국 측은 ‘타당한 처리’라는 표현을 썼다. 시 주석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에 대해 중국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메시지를 준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난징(南京)대학살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했다. 김정숙 여사가 나서 중국 전통악기 ‘얼후(二胡)’를 체험하는 등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문 대통령의 방중 내내 ‘무례 외교’로 일관했다는 평이다. 공항 영접에는 차관보인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방중 첫날 저녁부터 다음 날 점심까지 중국측 인사없이 따로 식사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왼손으로 팔을 두드려 결례 지적을 받았다. 14일에는 문 대통령을 수행한 한국 기자단 2명이 중국 경호요원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지만, 중국 측은 ‘유감’이 아닌 ‘관심 표명’ 선의 반응을 내놓았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빈방문 정상회담 중 이렇게 최악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너무 성급한 정상회담 탓에 원하는 답은 하나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유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