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4차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고형권(왼쪽 두 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과 윤면식(〃첫 번째)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환담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1%P 올려도 감내” 의미

美 금리인상에 매파 강해져
내년 하반기 1차례 전망서
‘속도’ 시장 예상 뛰어넘어

“이자부담 안크다” 낙관 분석
‘금리역전’ 충격 완화 의도
가계 부채 부담 가중 우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을 계기로 한국의 금리도 추가로 인상돼야 한다는 한국은행 내부의 ‘매파’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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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은이 6년 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국내 시장에선 내년 하반기에나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4일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함께 한은이 국회에 보고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대출금리를 1%포인트 올려도 가계와 기업 모두 부담이 크지 않다”면서 자신감을 보인 것이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내년 초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한국은 동결하게 된다면 한·미 간 금리는 역전된다.

실제 이날 한은은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전체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승 폭은 평균 1.5%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 처분가능소득 5000만 원인 차주가 1년간 원리금으로 75만 원을 더 부담하는 셈이다.

한은은 “1%포인트 미만이 절반 이상(60.9%)으로 추정돼서 차주의 추가 이자 부담은 대체로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해서도 차입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이자 부담액이 14.2% 늘어나면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9.0에서 7.9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은은 “그렇다고 해도 예년(2012∼2016년 평균 4.8)보다 높아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DSR 상승 폭이 큰 구간에서 저소득층(하위 30%), 50세 이상, 자영업자 등의 비중이 높고,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크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큰 문제로 보진 않았다.

한은의 이 같은 낙관적 분석은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금리 인상 충격을 우려하는 국내 시장을 안심시키고 향후 추가 인상 시를 대비해 그 충격파를 조기에 완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실물 경제와 동반해 움직여야 하는 만큼 실제 한은이 당장 내년 초부터 네 차례에 걸친 연쇄 금리 인상을 시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한은이 낙관하기는 했지만, 1400조 원이 넘는 빚을 보유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최대 난제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전체 부채 보유 가구 중 12%에 달하는 위험 가구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나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한국의 금리 인상 여부는) 국내경기, 물가, 금융안정의 리스크(위험)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용·최재규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