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 금리인상 영향

신흥국 소비감소 가능성
폐업 위험도 올라갈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세 번째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산업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신흥국 중심으로 수출 다각화를 모색해온 기업들은 신흥국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감소를 우려하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내수 부진과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현재 환율, 유가 등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나섰다. 미국 금리 인상은 신흥국 경기 침체 유발과 이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다. 수요가 많은 반도체 등과 해외 생산거점을 다양하게 두고 있는 가전업종은 환차손이 별로 없지만 나머지 업종의 개별 기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종은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중동 및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이다. 철강업계에서는 미 금리 인상이 수익을 가져다줄 대표업종으로 꼽히지만 미국 정부가 자국 철강산업 보호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금리 인상으로 이러한 정책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국내 소비부진도 우려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자동차업계의 내수 판매와 건설투자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소·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난이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할 때 중소기업 폐업 위험도는 7.0∼10.6%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엔화와 유로화가 그동안 평가절하돼 일본과 유럽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산업들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은 환율 변동성에 따른 헤징(hedging·상쇄거래로 위험 회피)으로 위험을 줄여왔지만 중소기업은 환율 변동성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승배·권도경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