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 제안’ 분석

“韓美 대북사안 항상 조율”
정부, 대화 가능성 주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전제조건 없는 북·미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실제 대화 성사 가능성이 주목된다. 실제 북·미 간 모종의 물밑 교감이 있었는지에도 아울러 관심이 쏠린다.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 같은 발언을 내놨다는 점에서 실제 북·미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다만 틸러슨 장관이 경질설에 시달릴 만큼 미국 내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잃었다는 시각이 있고, 역시 미국 내부적으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속에 핵전쟁에 대한 불안감도 커 이번 발언의 진정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미측이 그간 대북 대화의 조건을 내걸었던 점에 주목해 이날 틸러슨발 파격 발언의 배경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한·미 간에 모든 사안을 항상 조율한다”며 “이견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미 간에 대화 채널이 있기도 하고 첫 대화는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면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나왔지만) 비핵화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에 조율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면, 미국은 지금이야말로 제재 수위를 대화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본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 무력 건설 완성을 엄포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대화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니 미국 내에서도 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틸러슨 장관이 어떤 맥락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틸러슨 장관, 트럼프 대통령 모두 발언이 일치되지 않을 때가 많았고 수시로 달라져 온 만큼 지금으로서는 미국 내 정치용 발언이라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진·장병철·이후연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