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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 3억까지 모금 가능
연말 되자 아이디어 경쟁 치열
예능 패러디·시무룩 셀카 올려

박주민, 40시간만에 한도 채워
상위 - 하위 후원금 ‘91배’ 差
의원 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

올해 정치후원금 모금 시한을 20여 일 앞두고 유권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코믹 동영상이나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후원금을 내달라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후원금 모금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올해는 후원금 모금 한도가 평년의 배인 3억 원이어서, 의원들은 남은 기간 후원금 모금 한도를 채우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이재정의 영수증’이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절약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방송인 김생민 씨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것으로, 이 의원은 6분짜리 동영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부터 대선, 국정감사 등에서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후원금은 잘 쓰는 것이다”고 말한다.

유권자들을 상대로 읍소 작전을 펴거나 아예 “돈을 달라”며 정공법을 택한 의원들도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 사진과 함께 “진짜 열심히 했는데 후원금이 다 떨어졌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고 더 많은 일이 남았다”는 문구를 올리며 후원금 기부를 독려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SNS에서 자신을 ‘돈 달라는 남자’로 칭하며 후원금 사용 내역 등을 강의하는 방식으로 후원금 모금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올린 지 40여 시간 만에 2억2000만 원을 모금해 후원금 한도(3억 원)를 채운 박 의원은 이번엔 자신을 ‘돈 달랬던 남자’로 칭하며 다시 동영상을 올려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후원금 모금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의원들 간 후원금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5월) 의원들의 후원금(비례대표 제외) 상위 1순위와 하위 1순위의 격차는 91배가량 차이가 났다. 실제 올해 상반기 후원금 모금 1위를 차지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월 일찌감치 후원금 3억 원을 채웠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후원금은 결국 의원들의 인지도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며 “그래서 더욱 색다르고 튀는 방식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롯된 보수에 대한 실망 때문인지 전년 동기 대비 70%밖에 모으지 못했다”며 “여당과 야당에 따른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는 정당 후원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올해 50억 원까지 모금할 수 있는 중앙당 후원회 홍보를 위해 ‘더치페이(더불어민주당 치어업 페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제작했다. 추미애 대표와 홍익표·한정애·김경수·김정우 의원 등이 출연해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반면 한국당 등 야당은 대선 참패의 후유증 등으로 정당 후원회 차원의 모금에서도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