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警의 승객 명부 확인 등 臨檢
출항시간과 동일해 부실 의혹도

내년 VTS예산 153억으로 감소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와 충돌한 급유선 ‘명진15호’는 출항 즉시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 보고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출항 이후 신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또 선창1호는 출항 전 승객 명부와 신분증을 확인하고 배 내부를 살펴보는 임검(臨檢) 시간이 배의 출항 시간과 같은 ‘오전 6시’였던 것으로 문화일보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해양경찰의 ‘부실 임검’ 의혹도 일고 있다. 정해진 규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해운업계와 해경의 행태가 3년 전 세월호 참사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명진15호’는 전날 오전 4시 30분 항만공사가 관리하는 웹 기반 입·출항 신고 시스템인 ‘포트미스(Port-MIS)’에 출항 신고를 했다. 그러나 인천항 VTS에는 배가 뜨고 4분이 지나서야 보고했다. ‘선박교통관제의 시행 등에 관한 고시’ 제6조에 따르면 인천항 VTS의 관제 대상 선박은 출항예정 10분 전과 출항 즉시 ‘선명·호출부호·출항장소·출항예정시간’ 등을 VTS에 의무 보고해야 한다. 중부지방해경 관계자는 “명진15호가 출항 이후 VTS에 교신 신고한 것이 맞는다”고 확인했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해사대학장은 “사소한 규칙일 수도 있지만 이를 어길 경우 거대 해양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미 세월호 참사 때 경험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해경의 VTS 구축운영 사업비가 2017년도 269억4600만 원에서 2018년도 예산안에는 153억9400만 원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선창1호의 임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선창1호의 출항시간이 3일 오전 6시라고 밝혔다. 그런데 중부지방해경 관계자는 “우리에게 보고된 임검 시간이 오전 6시”라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통상 임검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시간이 꽤 소요된다”고 말했다. 결국 임검 시간과 출항 시간이 똑같다는 것은 임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기록 시간이 허위라는 의미다. 어느 경우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 때보다 전반적으로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다지만,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천 = 김성훈·조재연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