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 명이라도 더… 필사의 구조작업 3일 인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한 낚싯배 ‘선창1호’(가운데)가 전복된 상태에서 해양경찰 등의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禍 키운 무리한 개조

급유선 충돌사고직전 속력 높여
선장 “낚싯배 봤지만 피해갈 줄 ”
갑판원 조타실 비운 사이 충돌
AIS 작동·주시 여부 등 조사
해경, 충돌방지노력 미흡 판단

낚싯배 자동위치발신은 ‘OFF’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와 충돌한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장이 해양경찰 조사에서 “(낚싯배가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명진15호는 또 충돌 직전 속력을 높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선장의 진술과 속력을 높인 경위 등을 토대로 조타실에서 조타기를 잡은 선장이 충돌 방지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경은 선창1호에 장착된 자동위치발신장치(AIS)가 꺼져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명진15호의 AIS가 작동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다. AIS는 해당 AIS가 장착된 배와 주변의 다른 배를 점으로 식별해 주는 일종의 GPS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한 명진15호의 전모(37) 선장과 갑판원 김모(46) 씨에 대한 밤샘 조사를 통해 전 선장으로부터 “피해 갈 줄 알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전 선장은 해경 조사에서 “(충돌 직전) 낚싯배를 봤다”면서도 이같이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경에 따르면 전 선장은 사고 시간대 당직 근무자로 급유선 조타실에서 조타기를 잡고 있었지만, 다른 당직 근무자인 갑판원 김 씨는 당시 조타실을 비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급유선을 운행할 경우 새벽이나 야간 시간대에는 2인 1조로 당직 근무를 하고, 보조 당직자가 전방을 주시하며 위급 상황이 생기면 선장에게 알리게 된다. 이에 따라 해경은 전 선장과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해경은 급유선에 장착된 AIS의 경우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는지, 전 선장이 이를 제대로 주시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선창1호는 사고 당시 AIS가 꺼져 있었고. 명진15호는 켜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AIS가 정상 작동했고 선장이 이를 제대로 보고 있었다면 충돌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특히 명진15호가 선창1호와 충돌하기 직전에 갑자기 속력을 높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발생(신고 접수 기준 전날 오전 6시 9분) 25분 전쯤, 영흥대교 쪽으로 향하던 명진15호의 속력은 10.8노트로 한 시간에 20㎞ 정도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고 12분 전인 오전 5시 57분, 명진15호는 속력을 13노트까지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명진15호가 속도를 서서히 높인 건 맞는다”면서도 “민간 웹사이트를 통해 분석이 이뤄진 내용인데, 급격하게 속도를 높인 것인지에 대해 현재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해경 관계자는 “(선창1호 안에서 발견된) 사체 몸 곳곳에 외상이 있는 시신들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창1호가 원래 정원 5명인 어선을 낚싯배로 개조한 것인 만큼, 해경은 선실을 새로 만들면서 탈출 경로 확보가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에 탈출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할 방침이다.

해경은 이틀째 수색을 이어갔다. 해경은 “2일 차 수색작업에는 함정 59척과 항공기 15대가 동원되고 수중수색 인력도 59명이 투입될 예정”이라며 “실종자가 육상 해안가로 떠내려갔을 가능성에도 대비, 육상수색 작업에도 1380명이 동원된다”고 밝혔다.

해경과 군은 사고해역을 8개 구역으로 나누고 전날 야간 수색까지 실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경은 선창1호 선장 오모(70) 씨와 낚시객 이모(57) 씨 등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해 인근 해역에서 집중 수색작업을 벌였다.

선창1호는 크레인 바지선 ‘세경12호’에 거치돼 이날 오전 5시 40분 중구 북성동 인천해경전용부두에 접안을 완료했다. 해경 관계자는 “조류 흐름으로 애초 예상 시간보다 30분 정도 지연됐다”고 밝혔다.

전날 경기 시흥시 시화병원에 있던 일부 유족은 “천둥이 치고 파고도 높았는데, 도대체 왜 배를 출항시킨 거냐”며 해경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또 생존자 중 한 명은 언론 인터뷰에서 “뒤쪽에서 배 모양의 불빛이 있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며 사고 당시 시계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다. 해경 관계자는 “출항 당시 기상 여건은 적합했다”고 해명했다.

인천 = 김성훈·이희권·박성훈 기자 powerkim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