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고심끝에… 이주열(정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韓銀 기준금리 0.25%P 인상

수출증가 등 경기회복세 영향
‘韓-美 역전’ 선제대응 의미도

금통위 ‘동결’ 소수의견 나와
내년1분기 또 오르진 않을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6년 5개월 만에 인상한 것은 한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강도 높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상승일로에 있는 가계부채를 금리 인상을 통해 묶어두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은은 현재 민간 소비 침체·원화 강세·서민들의 이자 부담 증가 등 여전히 남아 있는 난제가 무겁다는 점을 강조한 만큼 내년 1분기 곧바로 금리를 추가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통계청의 10월 산업생산이 크게 감소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내수도 조금씩 살아나는 등 회복세가 엿보였다”면서 “만약 여기서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면 한은은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고 물가·신용 면에서 ‘버블’이 생기는 데 대한 부담을 안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자료를 통해 “앞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은 소비, 설비투자 등 내수가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글로벌 경기회복세 확대, 대중 교역여건 개선 등으로 호조를 지속하면서 지난 10월 전망경로를 소폭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예측했던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3.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금통위는 이어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3.2%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2%로 예상했다. ‘반도체 착시’ 논란이 있긴 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어나는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한은은 견실한 경제 성장세는 인정하면서도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등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을 보면 고강도 가계부채 대응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가계 빚 총액이 결국 1400조 원을 넘어섰다.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가운데 금리 역전에 대한 위기감도 이날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선제 대응을 통해 자본유출 우려를 완화할 필요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3월 말 퇴임을 앞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임기 전에 연이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과 재계 전반에선 이번 금리 인상이 서민들에게 이자 부담을 지우고 회복 중인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 만큼 한은은 주변 상황을 살피며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나왔다. 만약 만장일치 결정이었다면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할 수도 있겠지만, 소수 의견 제기 자체가 아직 점검해야 할 변수가 간단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이번 금리 인상은 가계소비와 부동산 경기 등에 악영향을 미쳐서 경제 성장 추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점진적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김만용·황혜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