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7일 오전 경북 포항시 장량동 양덕초교 교직원들이 지진 충격으로 지반이 내려앉은 건물 안으로 출근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M자 형태’ 피해 집중 왜

포항 도심 위험판정 건물
대부분 펄층 지반위에 건립

10㎝이상 지반침하 양덕초교
2010년에도 침하로 재시공

장량동 원룸 기둥 3개나 파손
환여동 빌라 벽면전체 무너져

포항 북구 동쪽 등 크게 파손
지반 특성 따라 피해 달라져

지난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은 진앙지를 중심으로 옆으로 기운 ‘M’자 형태로 집중적인 피해를 냈다. 집중 피해 지역은 펄 층으로 형성된 연약 지반(퇴적층) 위에 건설된 신도시이며, 필로티(piloti·벽이 없는 1층 기둥) 건축물 등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시는 건물 위험도 평가단을 긴급 구성, 지진 피해를 입은 도심 건물 45곳을 육안 조사해 18곳은 사용을 제한하고 13곳에 대해서는 위험 판정을 내리고 긴급 안전조치를 했다고 17일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사용제한 건물은 추가 파손 우려가 높고 위험 판정 건물은 긴급 조치로 보수·보강이 필요하다”며 “다만 사용제한 건물의 붕괴 여부는 정밀 안전진단을 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로 조성된 포항시 북구 장량동(장성동+양덕동)에 있는 양덕초교는 당분간 학생 교육이 어려울 정도로 지반이 내려앉아 교사동과 급식동이 10㎝가량 위로 솟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교사동과 보도의 경계는 팔이 들어갈 정도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보도블록은 벽체 위로 솟아올라 있었다.

특히 이런 급식동에 포항시가 ‘임시주거시설-지진겸용 이재민 구소호’로 사용한다는 팻말을 붙여놔 주민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양덕초교의 피해가 주목되는 것은 2010년 3월 퇴적층에 건립돼 개교 1년도 안 돼 교사동과 급식동을 잇는 연결통로가 뒤틀려 통로를 철거한 후 다시 시공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재시공 후에도 14㎝가량 침하해 2014년 교육부 장관이 방문해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등 당시 심각한 지역 문제가 됐었다. 그런데 이번 지진에서 또다시 학교 건물 주변 지반이 침하된 것이다. 양덕초교 교사동은 파일 공법이, 급식동은 매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장량동의 4층짜리 필로티 양식의 크리스탈 원룸도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 8개 중 3개가 크게 부서졌다. 기둥 내부의 철근이 바깥으로 다 튀어나와 있었다. 피해가 가장 큰 기둥 하나는 아예 나뭇가지처럼 부러져 있었다. 지진 이후 파손된 기둥들 사이로 H빔 12개를 급하게 받쳐 보강 공사했지만 폴리스 라인으로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환여동의 대동빌라 역시 마치 포격을 맞은 것처럼 아수라장이었다. 이 빌라는 한쪽 벽면 전체가 무너져 도시가스 배관까지 부서졌다.

빌라에 거주하는 차철수(61) 씨는 “빌라 전체가 거의 무너져 내리기 직전이라 재건축이 아니면 답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아래쪽인 중앙동의 풀하우스 원룸을 받치고 있던 1층 기둥도 부서져 쇠파이프 100여 개로 받쳐 놨다. 용흥동의 산지는 땅이 6.5㎝가량 밀렸다. 이처럼 주요 피해 지역이 진앙지에서 7㎞가량 떨어진 포항 구항 위쪽인 북구 동쪽에 집중됐다.

시는 전날 전문가 20명과 공무원 10명으로 10개 반을 편성해 이들 건물에 대해 전수조사했다. 사용제한 건물은 벽이 갈라지고 기둥이 내려앉아 4도 정도 기울어진 흥해읍 대성아파트 E동과 필로티 구조의 장량동 원룸 등이다. 대성아파트는 1987년 지어졌다. 또 위험 판정이 내려진 건물은 중앙동 풀하우스 원룸과 환여동 대동빌라 등이다.

포항시 효자동에 거주하는 김경자(여·59) 씨는 “특히 흥해읍과 오른쪽 아래 신도시인 장량동 등에 피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도 “포항 지진 피해는 지반의 특성에 따라 피해가 컸을 가능성이 있다”며 “단단한 암반 지역보다는 토사가 있는 지역에서 중저주파 성분이 토사를 타면서 증폭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 = 박천학·박영수·이희권 기자 bun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