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 모인 만찬 자리
比·美 우호 과시하며 열창
“나는 솔직한 사람 좋아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만찬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12일 마닐라 SMX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창설 50주년 갈라 만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가수 필리타 코랄레스와 함께 필리핀의 인기 가요 ‘당신(Ikaw)’을 열창했다. 노래를 마친 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객석을 향해 “신사 숙녀 여러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필리타 코랄레스와 이중창을 한 곡 뽑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20개 국가의 아세안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만찬의 주최자이기도 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엄숙함을 벗어던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노래를 부른 것은 두 정상의 우호관계를 과시하기 위함이었다는 평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취임 연설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강조한 트럼프의 취임 연설도 마음에 들었다”며 “트럼프는 매우 솔직하게 얘기했다. 나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보다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칭찬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인권 탄압을 비판하자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모습을 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거침없는 발언과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로 ‘아시아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