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봉합’ 한·미 엇박자 우려

마이클 그린 前 美안보보좌관
韓을 ‘스윙 스테이트’로 표현
美·中 사이 왔다갔다 의구심

주미 중국대사, 美 겨냥 경고
“그 누구도 中 억누를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이 31일 문재인 정부가 한·중 관계 정상화를 통해 시동을 건 ‘균형적 자주 외교’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중단과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불가입,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불가 등 문재인 정부의 ‘3노(No)’ 원칙은 미·일이 동북아에서 추진하고 있는 안보 전략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한·미 관계에서 잠재적 갈등 사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날 한·중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 이어 만찬까지 주최하면서 미국의 대중 봉쇄에 대비, 한국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일종의 ‘줄타기’를 하면서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공조가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14일 첫 아시아 순방을 통해 구축하려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전략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한·중 관계 정상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게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 협력 기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인식이 워싱턴에서는 적지 않다.

이는 최근 방한한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에 한·미·일 3국이 공조 대응을 하면서 미국이 동북아 안보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 중국이 좋아하지 않는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한·미·일 군사 협력을 통한 중국 압박 필요성을 강조한 데에서도 드러난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도 30일 포린 폴리시(FP) 기고문에서 한국을 미·중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국가)’라고 표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토대로 이른바 ‘자주파’들이 입안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중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여는 등 본격적인 ‘해빙’ 국면에 들어섰다.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협의를 가진 뒤 만찬까지 함께 하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드 국면에서 중단됐던 양국 간 각종 교류 행사도 재개된다. 허베이(河北)성 공안청에서 이달 초 충남 경찰청과 교류 협력을 원해 11일부터 상무부청장을 비롯한 방문단이 충남을 방문할 예정이며, 런민(人民)공안대에서도 한국 경찰대와의 교류를 위해 부교장을 단장으로 한 6명이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에서는 2일 정동영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북핵 위기 해법 모색 의원단, 8일 원희룡 제주지사의 세계 지방정부 연합 집행부 회의 참석이 예정돼 있다.

한편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누구도 중국을 억누를 수 없다”면서 중국의 경제·안보적 성장을 경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직접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국가들 스스로 상황을 정리할 방법을 찾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아·태 지역에서 우리(미·중)가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김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