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강원랜드 등 촉각

올해 국정감사가 오는 30일 종료되면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에 대한 ‘물갈이’성 인사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기관마다 임기 만료 일정에 따라 현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새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것에 반발하진 않지만, 일부 기관에선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구태가 재연될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25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일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기관장이 이미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다만 국회 상황을 감안해 국감을 마친 후 기관장 인선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처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제대로 된 ‘논공행상’이 이뤄지지 않아 오는 11∼12월 중 큰 폭의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일부 기관에선 이미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보은’ 차원에서 기관장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의 기관장 선호도 1위 자리로 꼽히는 한국마사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재임했던 현명관 전 회장과 관련된 문제로 지난해 국감에서 큰 몸살을 앓았다. 민간기업과는 다른 공기업의 특성을 무시한 기관장의 전횡으로 조직 자체가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게 마사회 안팎의 평가다. 현 전 회장 이후 농정 관료인 이양호 회장이 취임했지만 조직 내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도 사퇴 압력을 받고 것으로 진해진다. 조만간 정치권에서 새로운 인물이 회장으로 내려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대규모 채용비리에 휘말린 강원랜드 역시 현 함승희 사장이 11월 초반에 임기를 마친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카지노업 및 리조트업 등을 영위하는 게 설립 취지지만, 지금까지 관련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 사장이 전무했다. 상급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조차 이같이 평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강원랜드 사장은 강원지역 출신 중 청와대와 교감이 있는 인사가 주로 꿰찼다”며 “차기 사장도 여권 정치인이 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다 산하 공공기관을 둔 산업부는 에너지·자원 분야 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가 연말에 큰 폭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성 없는 정치권 인사가 올 경우 해당기관 노조 등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 발전사 노조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의 가장 큰 폐해는 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물이 온다는 점”이라며 “연말 진행될 사장 인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