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놓고 사임서를 제출한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호 貿協회장 인터뷰

“협회장 사퇴 권유한 주체
산업부 수준은 아니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25일 회장직 사임 의사를 밝힌 배경과 관련, “무역협회장이라는 중요한 자리가 정권의 요구에 따라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물러나지 않으면 조직(무역협회)이 살아나지 못할 것 같아 사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물러나지 않더라도 나는 깨끗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 정부가 나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내가 자리를 지키겠다고 맞서면 정부에서 조직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벌이는 등 뻔하게 나올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사임 권유를 한 주체가 산업통상자원부인지 청와대인지를 묻자 “지금까지 무역협회 인사에 산업부 수준에서 개입한 적이 없다”면서 청와대에서 메시지를 받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자신 없고 떳떳하지 못하면 물러나 달라는 말을 말았어야지. 손으로 해를 가리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정부나 정권과 손발이 맞고 대화가 잘 되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이 정부는 (낙하산 인사·관치 인사를) 안 하겠다고 했던 정부가 아니냐”고 성토했다.

다만 김 회장은 “그렇다고 권유를 압력으로 느낀 것은 아니다. 압력은 내가 거부할 때 위해를 두려워하면 압력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며 “물러나고 싶었던 차에,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 준 격”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김 회장의 사임 압박 논란에 이어 24일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여권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내정되면서 ‘관치형 낙하산’ 인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여권 내부의 실력자 추천 인사로 전해진 정 사장은 관료 출신이지만, 내정 과정에서 특정 지역(부산) 출신이라는 배경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소는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사실상 낙하산·회전문 인사로밖에는 볼 수 없다”며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강력하게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 2015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됐다. 그러나 이사장은 증권사·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석하는 주총에서 선출한 뒤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 경제단체마저 정부의 꼭두각시로 만들어 흔들려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최재규·김만용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