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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장관회의 대신 茶담회
의견조정 않고 회의록 없어

한미FTA·부동산 등 논의
산업구조조정 안건은 빠져

“노동시장 개혁 등 전제돼야
한국경제 성장 모멘텀 확보”

문재인 정부가 산업 구조 개편을 주요 경제정책 방향에서 후 순위로 두면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켜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적신호가 근본적으로는 산업 구조 개혁 미비에 따른 것인데도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 성장론에 집착한 나머지 인력 구조 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산업 재편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연일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의 병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정책 편향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대신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 현안 간담회’를 열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없고 산업 구조 조정 및 경쟁력 강화와 무관한 ‘차담회’ 성격의 회의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선동(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회의에선 의견 조정도 하지 않고 회의록 작성도 하지 않으며, 따라서 회의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새 정부의 ‘경제 현안 간담회’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대책, 부동산 대책, 통상임금 대책, 가계 부채 대책 등이 논의됐지만, 산업 구조 조정에 대한 안건은 다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회의체인 ‘경제 관계장관회의’는 대통령령에 따라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회의다. 이 회의는 전 정부에서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와 별도로 운영돼온 바 있다. 역시 산업 구조 조정 및 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해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산업 구조 조정의 시급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이 낳은 ‘착시 효과’ 덕분에 경제 전반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고용, 소비, 설비투자, 건설 실적 등 주요 성장 지표가 일제히 뚝뚝 떨어지고 있다.

결국 산업 구조 조정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만이 위기론까지 나도는 상황을 타개할 열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에 몸담고 있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조차 “각종 규제 철폐를 통해 기업이 뛸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실업률 증가 등 여러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데 결국 고용과 성장은 산업, 즉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며 “산업 구조 조정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 노동시장 개혁 등이 반드시 전제돼야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최재규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