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낙찰→계약변경’ 되풀이
151개 사업서 489회 변경돼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이 건설사들과 각종 대규모 공사 계약을 체결한 뒤 잦은 계약변경 등으로 늘어난 공사금액 규모가 최근 10년 동안만 1조11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16일 나타났다. 건설사들이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일단 공사를 낙찰받은 뒤 뒤 계약변경을 요구해 사실상 낙찰 예정가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가스공사 등 8개 에너지 공기업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유섭(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에너지 공기업들이 추진한 공사에서 예정가격보다 15% 이상 낮게 낙찰된 계약은 151개였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낙찰 이후 489회(사업별 평균 3.2회) 계약변경이 이뤄져, 최초 계약금액(총 5조5112억 원) 대비 1조1150억 원(20.2%)이 증가한 총 6조 6661억 원에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1개 중 31개 사업은 낙찰 예정가보다도 높은 공사 비용이 소요됐다.

최초 계약 후 5회 이상 계약변경을 통해 공사비가 100억 원 이상 증가한 공사는 21건이었다. 가스공사는 2011년 삼척생산기지 부두 및 부대 항만시설 공사를 513억9000만 원에 계약했지만, 2014년까지 7차례 계약변경을 통해 301억5000만 원(58.7%)을 증액한 815억4000만 원에 공사를 끝냈다. 남부발전은 영월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2008년 672억 원에 건설사와 계약했지만, 15차례 계약변경을 거쳐 914억 원(136.0%)을 증액한 1585억 원에 공사를 끝냈다.

설계변경 횟수가 5회 이하로 비교적 낮은 공사의 경우에도 거액의 계약변경이 이뤄졌다. 동서발전이 2010년, 2013년 계약한 당진화력발전소 공사는 각각 2차례, 3차례 계약변경이 이뤄졌지만, 공사금액은 최초 계약금액인 총 517억 원의 66.5%에 달하는 344억 원이 증가했다. 2010년 이후 5회 이하 설계변경으로 100억 원 이상 계약 변경된 사업 중 11개 사업은 최초 계약금액(7350억 원) 대비 2181억 원이 증가한 9532억 원에 공사를 진행했다.

정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의 공사는 대부분 수백억 원,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인 만큼 설계 변경 시 이사회 승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