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靑 “김이수 대행 유지” 논란
“코드인사 인재풀 좁아”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회의 헌법재판소장 임기 명시 등 법 개정이 없을 경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내년 9월까지 사실상 후임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큰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이 공석인 헌법기관장을 계속 공석으로 남겨둔 채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권한대행은 소장 후보자로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인물이라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헌재소장 임기 명시와 관련한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이고 헌재의 요청이 있었다는 점 등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코드에 맞는 인사를 찾지 못해 비난을 감수하고 고육지책을 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날 김 권한대행 체제 유지를 결정하면서 헌재소장 임기 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는 헌재소장 임기를 명시하는 법안과 대법원장의 재판관 3명 추천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 등이 제출돼 있는 상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논의가 이뤄질 경우 대법원장의 추천권 폐지 가능성 등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헌재 관련 각종 제도 정비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헌재소장 지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유정 전 재판관 후보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헌재소장 겸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재판관 가운데 소장을 지명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재판관 대부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추천을 받아 현 정부와 색깔이 맞지 않는다. 지난 2012년 여야 합의로 재판관이 된 강일원 재판관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역시 내년 9월에 임기가 끝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이 전 후보자 후임자를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코드를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사법부 수장을 맡을 만한 인재 풀이 좁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결정은 지난 2월부터 이어져 온 헌재소장 장기 공백 사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고, 국회에서 헌재소장 후보자로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인사가 소장 권한을 장기간 대행하게 한 것이라 야당을 중심으로 큰 반발이 일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박성진 후보자의 사퇴로 3주간 공백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찾는 데도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회 통과가 비교적 무난한 정치인이 다시 입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