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보고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허리케인 피해를 본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뒤 워싱턴DC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비서실장과 긴급논의

틸러슨 “북한의 무모한 발사
참을 수 없다는 것 보여줘야”
중·러 향해 더 강한 조치 촉구

EU, 개인·단체 13곳 추가제재

북한이 15일 오전 또다시 일본 상공을 넘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자 14일 저녁 시간대인 미국과 유엔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사실상 ‘가상의 괌’ 타격 위협에 존 켈리 비서실장과 긴급 논의에 들어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과 일본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16일 오전 4시(현지시간 15일 오후 3시)에 열기로 했다. 지난 3일 6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5호가 12일 통과된 지 3일 만에 결의안에 정면 도전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번 결의에서 빠진 대북 원유 금수 조치를 더욱 강하게 몰아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저녁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감지한 직후 켈리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비서실장인) 켈리 장군으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이 발표된 것으로 보아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리 차원의 즉각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유엔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한 내용의 의장 성명이 채택될 것이 유력하다. 아울러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서 빠진 대북 원유 금수 조치와 김정은 직접 제재 논의를 미국과 일본이 재차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 “모든 나라가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스스로 직접 행동함으로써 이런 무모한 미사일 발사를 참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북한 원유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한 강제노동의 최대 고용인이다”라고 지적,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안보리 차원 대응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미온적으로 나올 경우, 미국이 직접 중국 등에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앞서 영국 방문에서도 “북한이 지금의 핵무기 개발 진로를 바꾸고 대화와 협상에 관한 접근을 재고하도록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아주 강력한 수단을 채택하기를 바란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은 북한과 석유 거래를 하는 중국 무역회사에 대해 독자 제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은 또 공상은행, 단둥은행 등 북한의 자금세탁과 관계됐거나 관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의 12개 은행에 대해서도 독자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연합(EU)도 대북제재 강화에 동참하고 있다. EU 본부는 지난달 5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책임이 있는 개인 9명과 단체 4곳을 대북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체 명단에는 북한 국책 무역은행도 포함돼 있다. 현재 EU에서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은 103명, 단체는 57곳이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