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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구 역사문화관광벨트

원고180편 소장 김수영문학관
함석헌기념관·간송 가옥 보존
곳곳에 근대 문학·예술의 흔적

한글창제 기여했던 정의공주묘
인기만화 둘리뮤지엄도 문열어
역사·놀이 함께…가족여행 적격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미래 먹거리로 삼아 경쟁적으로 육성에 나선 분야가 ‘관광’이다. 지역 축제를 포함해 명소화된 곳이 많아 이젠 굳이 서울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관광’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관광 명소가 된 곳도 있지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다 관광객과 주민 모두를 불쾌하게 만든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도봉구의 ‘역사문화관광벨트’는 그래서 특별하다. 깨끗한 자연환경에 조선 시대와 근현대사 유적지가 어우러져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어린이들이 만화 속 장면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둘리뮤지엄’은 가족형 관광지로서 가치를 높였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 2010년부터 5년간 오랜 조성 기간을 거쳤기에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재임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할 정도다.

◇근대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 = 지난 2013년 11월 방학3동에 개관한 김수영문학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저항시인이었던 김수영을 기념하는 곳으로, ‘작가의 유필 원고가 가장 많은 서울 최고의 문학관’이라는 찬사를 받는 곳이다. 김 시인의 자필 원고 180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 1·2층에 시 22편과 산문 8편이 전시 중이다. 2층엔 김수영이 실제 사용하던 식탁과 좌탁, 서재가 보존돼 있고, 지난 1981년 김수영문학상 제정 이후 수상작들도 모아놨다. 지난해 방문객 5만 명을 넘어섰고 문학관 벽에 남겨진 방명록만 5000편이다. 김 시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도봉동 404에 있는 시비(詩碑)와 역시 도봉산에 있는 선영도 추가 방문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이자 시인인 함석헌 선생의 숨결도 쌍문동 함석헌기념관에서 느낄 수 있다. 1층엔 선생의 유필 원고 ‘참사랑은 사랑 아니함이다’와 ‘서울평화선언 평화호소문’ 등 유품이 전시돼 있고,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선 선생의 업적을 알리는 내용의 세미나가 주기적으로 열린다. 간송 전형필 가옥은 이 구청장이 지난 2011년 도봉산에 오르던 중 우연히 발견해 명소화한 곳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신윤복 ‘미인도’ 등의 민족문화유산을 지켜낸 전 선생의 가옥임을 확인하고 문화재청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해 낡은 본채와 부속 건물 및 주변 담장의 원형을 최대한 살렸다.

◇정갈하게 보존된 조선시대 유적들 = 방학동엔 조선의 대표적 폭군이었던 연산군묘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기여했던 정의공주묘, 원당샘공원, 수령 500년 넘은 은행나무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연산군묘 서편에 연산군, 동편에 부인의 묘가 쌍분(雙墳)으로 돼 있다. 정의공주 묘역 역시 쌍분으로 정면에서 좌측은 남편인 안맹담의 묘이고, 우측이 공주의 묘다. 연산군묘 바로 옆에 있는 원당샘공원은 600여 년 전 파평 윤씨 일가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생활용수로 사용했던 ‘원당샘’ 일대가 공원화된 곳이다. 높이 25m, 둘레 10.7m인 방학동 은행나무는 약 560세로 추정되며 서울시 보호수 제1호일 만큼 역사적 가치를 자랑한다.

◇만화 속 장면 체험가능한 신(新)명물 둘리뮤지엄=얼핏 보면 사적들만 돌아보는 지루한 관광벨트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놀이와 체험을 겸할 수 있는 둘리뮤지엄이 그런 고정관념을 깨준다. 지난 2015년 7월 쌍문동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개관한 둘리뮤지엄은 뮤지엄동과 도서관동으로 구성돼 있다. 입구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둘리 조형물을 설치했고, 뮤지엄동 지하 1층에선 하루 8편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지상 1층에는 둘리의 탄생 및 우주여행을 떠나게 되는 둘리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체험형 놀이터가, 지상 2층에선 길동이네 집에서 벌어지는 둘리와 친구들의 에피소드를 보고 느낄 수 있다. 둘리 만화를 창작한 김수정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작가방도 마련돼 있다. 3층의 소인국 탐험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다. 도서관동의 지상 1층은 만화 도서관, 2층은 영상자료실, 옥상은 하늘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둘리와 관련한 오감 체험이 가능하다. 한편 구는 정의공주묘와 전형필 가옥 등이 있는 방학동 방학천 주변을 한글문화거리로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