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민 등 1004원 후원금도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국회의원들에게는 18원과 1원 등 항의·조롱성 정치후원금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의원들에게는 후원금 반환요청이 쇄도했다.

문화일보가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올해 1~5월 ‘국회의원 후원금 모집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18원·1원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한국당 간사를 맡았던 이완영 의원은 100건이 넘는 18원·1원 후원금을 받았다. 이 의원이 “18원 후원금을 수백 개 받았다”고 말한 게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 의원은 이런 항의·조롱성 후원금으로 약 3300원을 받았다.

탄핵 정국에서 태극기 집회에 단골로 참여했던 김진태 한국당 의원도 47건의 18원 후원금을 받았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갔다 다시 한국당으로 복귀한 김성태 의원에게도 94건의 18원 후원금이 쏟아졌다.

바른정당의 경우 총 20명의 의원 중 14명이 18원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이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18원 후원금이 이른바 문빠(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인사 중에서도 ‘18원 폭탄’을 맞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여 건의 18원 후원금을 받았다. 김 장관은 지난 1월 민주연구원 개헌 보고서 파문 당시 “해당 보고서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편향됐고, 개헌을 저지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지적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송영길 의원도 약 20건의 18원 후원금을 받았다.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에겐 후원금 반환 요청이 쇄도했다. 1월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86건의 후원금 반환 요청을 받았다. 대선 때 한국당에서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긴 지상욱 의원에게도 29건의 후원금 반환 요청이 들어왔다.

이와 달리 일부 의원은 지지와 칭찬의 의미가 담긴 1004원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기동민·김종민·어기구 의원 등에게 1004원, 3만1004원, 13만1004원 등의 후원금이 집중됐다. 이들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칭찬 후원금’ 캠페인을 벌였던 안희정(충남지사) 후보를 도왔던 인물들이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