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책硏 연구보고서

北-中 ‘핵·미사일 교류’ 분석
中, 1980년대 협력차원 공여
“실험실서 기술개발 가능해져”

6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탄 성공을 주장하는 북한이 30여 년 전 중국에서 제공받은 레이저핵융합 설비를 이용해 수소탄 개발 기간을 단축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간 핵·미사일 기술 교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중국과학원과 북한과학원의 과학기술협력을 통해 중국이 사용하던 레이저핵융합 설비가 북한에 공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이 이달 중 학계에 발표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평안남도 평성에 있는 과학원 산하 이과대학에 이 레이저핵융합 설비를 설치하고 용량을 확장해 실험조건을 강화했다. 설치 후 20년 정도 지난 2010년 5월 북한 노동신문은 과학기술자들이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으나 당시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토카막(Tokamak) 같은 첨단 고가 실험장비가 없는 북한이 핵융합에 성공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우리 외교부도 “터무니없다”고 무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 외교부 등은 핵융합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핵무기 개발, 특히 핵융합탄 개발에는 레이저핵융합 설비를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 정부와 언론은 상당히 격한 논조로 북한의 핵융합 성공 보도를 비난했다”며 “이는 중국이 자신들이 제공한 레이저핵융합 설비를 북한이 이용한 것을 알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레이저핵융합 설비를 이용해 핵융합 기술을 발전시키면 증폭형 핵무기(증폭핵분열탄)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수소탄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증폭형 핵무기 시험은 핵폭발 없이도 실험실에서 수행할 수 있다”며 “레이저핵융합 설비를 이용해 고온·고압 플라스마를 만들고, 이를 반사거울로 작은 점에 집중시켜 순간적으로 수천만 도의 고온·고압 환경을 조성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일찍부터 구소련이 주도하는 드부나연구소에 인력을 파견하는 등 원자력 관련 연구와 설비 구축에 관심을 가져왔다. 또 구소련과 원자력협정을 통해 1965년 영변 지역에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IRT-2000 원자로를 건설·가동하는 등 초기 핵 개발에 구소련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수소탄과 증폭핵분열탄 개발에 필수적인 핵융합 기술 확보에는 중국의 결정적인 도움을 받은 셈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6차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의 핵무기가 실제 핵융합을 이뤄냈다”고 했고,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 박사도 “수소탄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