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기상청 감사 결과

기상청이 천리안위성 1호의 설계수명 7년이 다하도록 관측자료 활용 기술을 개발하지 못해 한반도 기상예보에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기상청의 지진 조기경보 발령 기준이 부적절하게 설정돼 신속성이 떨어지고 지진관측망 구축계획의 경우 국내 면적 20%에 해당하는 ‘관측 공백’이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20일간 기상청, 기상산업진흥원, 지질자원연구원 등 8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벌여 33건의 위법·부당·제도개선 사항을 적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2010년 6월 수치예보모델에 활용하기 위해 천리안위성 1호를 발사하고도 정작 이를 활용하는 기술 개발에는 소홀했다. 2011년 12월 풍향·풍속 정보를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 지구 예보모델’ 등에 활용하기 시작했으나, 2017년 6월 설계수명 7년이 다할 때까지 한반도 기상 상황을 예측하는 ‘국지예보모델’에는 위성자료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기상청은 2018년 5월 발사예정인 천리안위성 2호의 관측자료 활용기술 개발계획 역시 수립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20개의 해외위성 관측자료 파일의 수신 상태를 점검한 결과, 전용회선보다 전송속도가 느린 일반회선을 이용하는 등의 문제로 총 902개 파일 중 24개 파일(2.7%)이 수치예보에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최근 5년(2012∼2016년)간 기상청이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하지 않았으나 비가 온 경우가 1808회에 이르는 등 강수 유무 적중률이 4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최소 15개 관측소에서 20번 이상 P파를 탐지하고 20초 이상 지속될 때’로 설정된 기상청의 지진 조기 경보 발령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감사원은 기상청이 다른 조건 없이 ‘8개 관측소 탐지’만 경보발령 조건으로 설정해도 오보율에는 큰 차이 없이 소요시간을 12∼17초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지난 2010년 7월 지진관측 소요시간을 5초 이내로 줄이기 위해 당시 운용 중인 150개 지진관측소 외 164개를 신설하는 내용의 ‘지진관측망 종합계획’을 내놓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국내 면적의 약 20% 지역을 포괄하지 못한다며 82개 관측소(설치비 147억여 원)를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