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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에서 서로 ‘유튜브 구독 목록 까기’를 해봤는데, 소개팅남이 정치 유튜브를 구독하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임모(25) 씨는 최근 소개팅에 나가 상대방과 ‘유튜브 구독목록 까기’를 진행했다. 임 씨는 "평소에도 친구들과 재미 삼아 ‘유튜브·인스타 알고리즘 공개’를 해왔는데, 이번엔 소개팅 남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유튜브 구독 목록 보여주기를 했다"며 "상대방은 패션에 관심 많아 구독 목록에 패션 관련 채널이 많았고, 정치 쪽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소개팅남이 특정 진영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 ‘헤비 유저’거나, 구독은 하지 않았더라도 영상이 알고리즘에 뜬다면 그런 영상을 소비하는 ‘라이트 유저’일 수 있으니 초장부터 조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12·3 비상 계엄 이후 정치적 민감도가 올라간 시국 속에서 유튜브 구독 목록을 공개하거나, 정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소개팅 앱을 이용하는 등 타인의 정치 성향을 확인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특히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특정 유튜브 채널로 결집해 정치적 행동하는 이들도 나타나면서 이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후 정치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소개팅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3년 11월 출시된 한 소개팅 앱은 사용자 프로필에 ‘진보’ ‘중도’ ‘보수’ ‘기록 안 함’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정치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이며 24일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앱 64위를 기록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다운로드 수 5만 회를 넘었다. 앱 사용자 이수빈(26) 씨는 "정치성향이 다른 연인과 자주 싸우다 헤어져서, 상대방의 정치성향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앱을 찾아서 가입했다"며 "비상계엄·대통령 탄핵 심판과 같이 심각한 정치 이슈를 겪어보니 정치 성향이 맞지 않으면 연애조차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상 계엄 이후 연인 고르는 기준으로 정치성향까지 따져봐야겠다고 느꼈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복수의 커뮤니티에서 "회사에서 정치 성향을 밝히지 않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정치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계엄·탄핵 얘기를 해보니 정치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연애를 하기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고려대 등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이젠 MBTI가 아니라 정치성향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해린(24) 씨는 "같은 보수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집회같이 정치 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남자라 만나고 있다"며 "또래 중에 보수 성향을 가진 이들이 얼마 없어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사귀기 전에 정치성향을 꼭 묻곤 한다"고 말했다.

김린아 기자

노지운 기자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