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100일 지나도록 지체
예산실장 없이 예산안 편성등
정부부처들 파행적 운영 속출
일각선 “코드인사 하느라 늦어”

靑 “각부 장관과 협의 진행중”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지만, 1급을 포함한 고위공무원단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부 초기 각종 개혁과제 추진이 현장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1급 공무원들이 전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조만간 대규모 인사 이동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측은 인사검증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에서는 코드가 맞는 인사를 고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전 부처 1급 공무원들이 새로 임명된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청와대와 부처 사이에서 인사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인사가 늦어지면서 기획재정부에서는 예산실장 없이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이 진행되는 등 파행적 운영이 속출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관이 취임한 지 석 달 가까이 된 부처에서도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각종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를 고르고 있다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교육부 국정교과서 태스크포스(TF)에서 일선 학교 교장으로 발령났던 인사가 철회된 사례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새 정부의 철학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장관들도 자신들과의 호흡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인사를 두고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새로 취임한 장관이 업무와 인사 파악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인사를 했다면 정한 사람을 그냥 앉히면 되지만, 장관의 인사권을 존중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며 “아직 일부 장관급 인선도 남아 있기 때문에 실무자 인사를 본격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들과 인사 협의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청와대 검증을 하다 보니 인사가 빨리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새로운 검증 시스템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인사 지연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