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휴가 마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20일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 공항에서 아들 배런 트럼프와 함께 워싱턴에 돌아가기 위해 에어포스원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 ‘전통적 개입주의’로 선회

군사행동 반대했던 배넌 경질
아프간 추가 파병 신호탄으로
‘힘에 의한 평화’ 기조 강화 전망

트럼프, 北 외교적 해법 실패땐
군사작전 카드 쓸 가능성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른팔’이었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전격 경질한 뒤 전통적 ‘개입주의’로 급속히 복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발표할 예정인 대(對)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이 첫 신호탄으로, 앞으로 ‘무력에 의한 평화’ 기조에 기반을 둔 미군의 대외적 군사활동 강화가 점쳐지고 있는 이유다. 아프간 추가 파병과 대북 군사행동에 반대해온 배넌 수석전략가가 낙마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군사적 행동을 선호하는 매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적 해법에 실패하면 결국 군사적 옵션을 꺼내 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방부의 아프간 추가 파병안에는 수백 명 규모의 특수작전병력(SOF)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아프간 정부군 교육·훈련 지원을 넘어 실질적 전투에 미군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결정이다. 또 이는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현행 9800여 명에서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약속도 뒤집은 것으로, 반(反)오바마 정책과도 연계돼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아프간에 4000명을 추가 파병하는 권한을 부여한 상태며, 매티스 국방장관은 전체적인 아프간 전략이 완성될 때까지 파병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평화’ 기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시리아에 전격적인 공습을 결정했고, 같은 달 비핵 무기로는 사상 최강으로 알려진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라는 별명의 GBU-43을 아프간에 투하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 들어 북한에 대해서도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대외 고립주의를 외쳤던 배넌 수석전략가가 낙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주의적 입장이 더욱 거칠 것이 없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넌 수석전략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방부의 아프간 추가 파병에 반대한 인사로, 대안으로 용병 활용을 제안했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배넌 수석전략가 퇴출은 미국 외교·안보 정책이 정상인 개입주의로 돌아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공화당 매파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도 더욱 커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 출신인 브라이언 매키언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전임자들과 매우 다른 외교·안보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넌 수석전략가는 지난 17일 한 인터뷰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이게 낙마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후문도 들린다. 또 배넌 수석전략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입안했던 인사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현행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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