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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넌 OUT! … 권력구도 격변

켈리 비서실장에 무게중심 이동
므누신·쿠슈너 입지도 공고해져
NYT “배넌 極右교리 유지될것”

스티븐 배넌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경질로 인해, 출범 7개월째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내 파워 엘리트들 간 권력 구도가 격변했다. 개입주의를 표방하는 외교·안보라인 인물들과 정치적 온건주의·경제적 자유주의 성향의 인사들이 핵심 요직을 모두 장악한 것이다.

20일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배넌 경질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의 권력은 대표적 온건파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3주 전 취임한 켈리 비서실장은 취임 후 앤서니 스캐러무치 전 공보국장과 트럼프의 오른팔 배넌 전 수석전략가를 몰아내며 빠르게 백악관을 장악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배넌의 퇴출은 백악관이 켈리 비서실장 체제로 급속히 진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외교·안보라인에서는 켈리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권력의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세 인사는 모두 군인 출신이다. 미국의 대외 개입을 중시하는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의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배넌의 ‘고립주의’ 노선과 적잖은 충돌을 빚어 왔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 등 배넌의 끊임없는 견제에 시달렸던 두 인물이 외교·안보 핵심 주축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여기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들의 정책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틸러슨 국무장관도 배넌의 고립주의 정책에 반대하고 미국의 전통적 개입주의를 주장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경제라인에서는 자유무역 성향의 골드만삭스 출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우월주의 두둔 논란으로 예일대 동문 300명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등 위기에 몰린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은 절대 신(新)나치 또는 폭력을 일삼는 단체들을 평화롭고 합법적인 시위대와 동일시하지 않았다”며 사퇴를 거부하며 자리를 지켰다.

트럼프 정부 온건파 실세이자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배넌 경질로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 유대인인 쿠슈너 고문은 인종주의적이자 반유대 성향의 배넌을 싫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배넌의 경질이 켈리 비서실장과 쿠슈너 고문의 합동 작품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 비판적인 뉴욕타임스(NYT)는 권력 구도가 바뀌었지만 배넌 전 수석전략가가 추진했던 ‘배넌표’ 극우정책 기조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배넌이 백악관을 떠남으로써 날카롭게 대립하던 이슈들에 대한 균형이 주류의 방향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배넌 철학의 핵심 교리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