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검사 통과한 계란 출하 살충제 계란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를 통과한 강원 원주시의 한 양계장에서 16일 계란 출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농약 검출 농가 ‘친환경 인증’
당국, 부랴부랴 행정처분 조치
식약처, 소비자연맹 경고 무시

예년보다 40% 치솟은 계란값
공급 줄어들며 또 급등할 우려
사육방식 개선 땐 수급에 문제

대형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가 추가(2곳)되며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의 ‘경고’가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한 데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뒷북 행정’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여전히 계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필수 먹거리에 해당하는 계란의 수급도 시장 불안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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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5일 0시부터 전체 산란계 농장(1456개소)에 대해 내려진 긴급 출하 중지 조치가 안전성이 확인된 241개 대형 농가에서 해제됐다. 이번에 출하를 재개한 농가에서는 문제가 된 살충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산란계 농장에서 여름철 진드기 박멸을 위해 살충제를 사용해왔다는 것과 이번 농약이 검출된 농가가 친환경 인증을 정부로부터 받았다는 것은 살충제 사용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에 구멍이 있었다는 얘기다. 농식품부는 사용 금지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 농가와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경기 광주 농가에 대해 6개월간 친환경인증 표시를 못 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었지만 뒷북행정이란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인증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인증서 발급 위탁 기관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은 ‘유통계란 농약관리방안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산란계 사육농가 탐문조사를 보면 61%의 양계농가에서 닭진드기 감염과 관련해 농약사용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농약사용에 대한 교육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소비자연맹은 △진드기 감염 실태 조사 △사용 살충제 실태 조사 및 적합성 검사 등의 건의 사항을 정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달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생산 단계 검사를 강화하고 식약처는 유통 단계 검사·관리를 엄격히 하는 등 소비자 불안 해소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계란·육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공급이 줄면서 계란 가격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계란 값은 지난해 발생한 AI 여파로 이미 예년에 비해 40% 가까이 치솟은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산란계 농장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번 주 후반 물가관계차관회의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열어 수급 및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추가 대책 마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운송비 지원 등이 담긴 추석 성수기 대책을 별도로 준비하는 한편, 미국이 14일 청정국(3개월 동안 AI 미발생) 지위를 회복함에 따라 이날 미국을 계란 수입 가능국으로 다시 고시할 예정이다.

산란계 사육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진드기 박멸을 위해서는 현행 케이지(철제 우리) 사육을 피해야 하지만 이 경우 계란 출하량(일평균 약 4000만 개 생산)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수급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회장은 “피프로닐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더라도 전량 폐기할 것”이라며 “다만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면 수급에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방역 개선 역시 진드기 사전 박멸 등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민·박수진·최재규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