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침묵시위 서울교육대 학생들이 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내년도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대폭 축소하기로 한 방침에 항의하며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초등교사 임용절벽’ 파문

교대생 “졸업생만큼 신규선발”
“기간제의 정규직 일률 전환땐
교육붕괴의 신호탄 될수있어”

서울시교육청의 초등학교 교사 선발 축소 방침이 교대 졸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오히려 취업준비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증가로 신규 채용을 줄이는 분위기와 맞물려 취준생 수난 사태가 확산될 기류다.

서울교대와 이화여대 등 학생 800여 명은 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8학년도 초등교사 선발 예정 인원을 전년도 대비 12% 수준으로 줄인 것은 비상식적 처사라며 졸업생만큼의 선발 인원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선발 예정 인원 105명은 교대 졸업 예정자 수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며 “서울교대는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특수 목적을 위해 국가가 설립한 대학인데 졸업생의 절반도 초등교원이 될 수 없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교대 학생들은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 방침이 이번 교사 선발 대폭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교대 한 학생은 이날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고 하면서 교원에 대해서는 거꾸로 실업자를 양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항의했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과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등 시민단체들도 전날 성명을 내고 “어려운 여건에서 고생하는 기간제 교사나 강사들의 처우개선은 꼭 필요하지만, 일률적 정규직 전환은 현행 공교육시스템의 변혁으로 교육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학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학부모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간제 교사 때문에 초등교사 선발 정원을 줄였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교원 사회뿐 아니라 일반기업 취준생도 걱정이 태산이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준비하면서 신규 채용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64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60.2%가 정규직 전환에 부담이 있고, 53.8%가 정규직 전환 확대 시 신규 채용을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실제, 은행권의 경우 최근 수년간 창구직원 등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서 신규채용이 줄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2013년에는 향후 1년간 1977명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난해에는 333명으로 6분의 1 정도로 급감했다.

임대환·전현진·최재규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