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 = 김정훈 기자

- 文정부 출범 뒤 엇갈린 喜悲

기업들 ‘밉보일라’ 후원 뚝 끊어
17명 일하던 바른사회시민회의
4명만 남고 사무실 3분의1 축소

진보단체출신 靑·내각실세 등극
가입·후원 밀려들자 즐거운 비명
하루에 집회 등 20차례 기세등등

여론형성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민사회단체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보수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반면 새 정부 들어 청와대 핵심보직과 주요 장·차관에 대거 진출한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살아있는 권력’으로 비치면서 재정 후원과 가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8일 주요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보수성향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정부 지원금 없이 기업과 시민 후원금에 의존해 왔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후원금이 70∼80% 급감했다. 이에 따라 최대 17명에 달했던 조직 인력을 현재는 4분의 1 수준인 4명으로 확 줄였다. 서울 중구 북창동에 위치했던 495㎡ 규모(약 150평) 사무실도 인근 레지던스(165㎡)로 축소 이전했다. 33㎡ 규모로 더 축소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 중에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바른사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뒤 간헐적 후원자뿐만 아니라 정기적 후원자도 ‘불가피하다. 이해해 달라’며 절반 이상 후원을 뚝 끊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새 정부 들어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진보단체의 목소리가 갈수록 드세지자 보수단체 후원에 눈치를 보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자유경제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유경제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연 20억 원 지원금이 전액 삭감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전경련 회원사가 대거 탈퇴한 데다, 현 여권에서 단체의 정치성향을 두고 불만을 표하면서 후원금이 대폭 줄었다는 말이 돌았다. 이 여파로 서울 마포구 마포동에 있던 사무실(495㎡)을 보다 임차료가 싼 강서구 화곡동으로 규모를 줄여(165㎡) 이전중이다. 직원 급여와 경비도 대폭 삭감되면서 지난해 13명이었던 직원은 5명만 남았다. 최승노 자유경제원장 대행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각종 사업 축소를 병행하면서 빠듯하게 연구소를 꾸릴 수밖에 없다”며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예산은 재단 설립 때 조성된 기금의 이자수익으로, 연 2억∼4억가량에 불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유경제원은 8월부터 ‘자유기업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일단 기업 관련 목적사업에만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전 정부 때 받은 후원금을 100이라고 하면 현재는 5 정도에 불과하다”며 “완장 찬 ‘진보단체’의 위세가 워낙 드세다보니 보수단체는 목숨을 부지하는 게 목표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털어놨다.

반면 진보성향 단체들은 밀려드는 가입 문의와 후원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단체들은 이 같은 든든한 지원을 토대로 새 정부 들어 펼쳐지는 민감한 정치 이슈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주요 보직에 진출한 주요 인사가 이들의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진보성향 단체의 집회와 기자회견이 단 하루 동안 20여 차례나 열리며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진보성향 A단체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우리가 주장하는 내용이 정부 정책에 많이 반영되다보니 내부적으로 많이 고무돼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대의민주주의에서 공정한 여론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며 “진보성향 단체의 목소리만 너무 득세하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여론 형성 운동장이 기울어져 특정 목소리가 전체 여론인 것처럼 호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김현아·김성훈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