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지형·돌풍에 입지 부족
“환경 갖춘 유럽과 비교 무리”

정부가 지난해 전체 전력 생산의 4%대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이는 국내의 물리적인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26일 에너지업계는 현재 여건에서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 전제한 조건은 국토 면적과 일조량, 바람의 질 등이다.

정부 목표치를 이행하기 위해 주로 확충해야 하는 전력원은 풍력과 태양광이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높이려면 풍력 16기가와트(GW), 태양광 37GW, 바이오매스 2GW 규모의 발전 설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태양광 37GW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울 면적의 61%인 약 370㎢에 설비를 지어야 한다.

풍력 발전도 제주도 면적의 1.6배인 2975㎢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에 따르면 원전 1기가 평균 1GW 이상인 반면, 풍력발전소는 60㎿다. 즉 원전 1기를 대체하려면 풍력발전소 17∼20기 정도가 산술적으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실적인 걸림돌은 더 많다. 원전은 24시간 가동할 수 있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바람과 일조량에 따라 제대로 돌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란 지적이다. 이에 산업부도 신재생에너지로 원전만큼 전력을 만들려면 기존 발전용량보다 5배 많은 설비가 필요하다는 자료를 낸 바 있다.

민간 발전업체 관계자는 “한국은 국토 면적은 좁은 데다가 산악지형이 많고 일조량은 충분치 않아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설 입지로 부족하다”며 “풍력도 바람이 간헐적으로 불거나 돌풍이 많아 발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풍부한 일조량과 균일한 바람의 질 등이 보장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춘 유럽 및 미국 등과 물리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풍력 잠재량(130TW·테라와트)은 독일(3200TW)의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