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대통령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文대통령, 美로 출국

사드 ‘전략적 모호성’ 유지
회담 현안협상서 활용 계획

美상원 ‘사드 공개서한’ 압박
‘외교카드 전략’ 성공 미지수

트럼프, 연일 北核언급 ‘관심’
동맹의 미래 ‘기회이자 위기’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면서 그동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매개로 벌여온 지렛대 외교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여론과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명분 삼아 미국의 신속한 사드 배치 요구에 제동을 거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초강대국 미국과 협상을 사안별로 진행할 경우 건건이 미국의 요구를 거의 100% 수용할 수밖에 없는데 사드와 같이 미국으로서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다 대승적 양보를 할 경우 다른 사안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전술적 선택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도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마당에 한·미 동맹이 경제는 물론 안보의 핵심 축을 이루는 한국이 그 같은 외교적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자칫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대선 과정에서부터 사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캠프나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적으로 논쟁이 많았다”며 “보수진영으로부터의 비판이 예상됐지만, 대선에서 승리하면 국가경영의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한·미 간 현안 협상에서 이를 활용하자는 쪽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예정된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비롯해 미국 측에서 제기될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사드 포대 한반도 추가 배치 문제 등 현안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사드 배치 문제를 조기에 정리하지 않고 하나의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간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등 여권에서 엇갈린 발언이 나온 것도 일종의 역할 분담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 의도한 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상원 의원 18명이 사드 문제 조기 해결을 요구하는 서신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등 사드 배치 연기에 대한 미국 내 반발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어느 때보다 미국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 진행된다는 점도 변수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렇게 북핵 문제가 미국의 제1 관심사가 됐던 적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정권은 엄청난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고, (북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신뢰를 확보해 다른 현안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지는 전적으로 문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에 달려 있다. 나아가 북핵을 포함한 대북문제에서 기존 정책 변화와 독자적인 외교적 공간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지금은 제재에 집중할 때라는 생각을 굳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할지도 주목된다. 만약 사드와 관련된 불신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변화 시도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면 한·미 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