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현안 언급 피하고 친밀감 형성에 주력해야”
외교 전문가 조언 잇따라

3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의 만남을 두고 전문가들은 돌발 변수 관리가 여느 때보다 가장 중요해진 회담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 등 폭발력이 큰 이슈가 잠재돼 있는 데다 다혈질 협상가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 특성까지 겹쳐 회담 중 섣부른 현안 논의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안에 대해선 궁극적인 지향점 정도만 보여주고 ‘경청’의 자세로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7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전직 주미대사 회동에서는 구체적 현안 논의보다 신뢰 형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데 집중적인 조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참석한 한 전직 주미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타인의 개인 경험담에 흥미를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한국 현대사와 개인사를 연결 지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간미를 부각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염돈재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이번 양국 정상의 만남은 역대 한·미 정상회담 중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상황에서 이뤄진다”며 “섣부르게 욕심을 낸다면 정상회담은 물론 한·미동맹이 최악의 위기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우리가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상황이 오면 궁극적인 지향점 정도만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사드 배치 문제에서는 배치에 무게를 두면서 국내의 절차적 정당성이 양국 관계에도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경제 이슈가 나올 땐 트럼프 정부가 관심을 갖는 에너지 인프라 개발 등에 큰 어젠다를 제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