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예속 동맹” 비하 등
文 비난 南-南갈등 노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연일 한·미동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미동맹을 ‘굴욕·예속 동맹’이라고 비하하는가 하면, ‘촛불민심’을 거론하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보다 전향적으로 전환하라고 압박하는 등 남남갈등도 부추기는 모양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7일 ‘도대체 누구에게 필요한 동맹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 CBS 방송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대북정책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한·미공조와 양국 간 우호협력관계 강화 등을 언급한 것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이 매체는 “남조선집권자(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행각을 앞두고 (한·미동맹 강화 언급이) 더욱 로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미국 상전의 비위를 맞추는 데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조선·미국동맹(한·미동맹)으로 하여 초래된 것이란 남조선의 모든 것을 미국의 리익과 요구에 철저히 복종시키는 치욕스러운 결과밖에 없다”면서 “남조선 인민들이 미국과의 동맹을 굴욕동맹, 예속동맹이라고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무게를 두는 우리 정부에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양자택일을 압박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과거 보수정부와는 다른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취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날에는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에 실린 ‘한·미동맹이 가져다줄 것은’이라는 기사를 통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이 기사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워싱턴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정부와 조율된 입장이 아니다”라며 선 긋기 한 것을 두고 “민족적 자존심이라고는 꼬물(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행위 … 초불민심의 대변자로 자처해 나선 현 남조선당국의 친미사대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한·미합동군사연습 규모 및 미 전략무기 축소 등을 언급한 문 특보의 발언을 편들기하며 대북 대화파를 자극,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다 더 전향적으로 돌아서도록 압박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를 통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은 한·미동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통해 남남갈등을 노리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공조가 어느 선에서 맞춰질지 북한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추후 대화 요구에 어느 정도 화답할지 노선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