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이 24일 주최한 ‘사드철회 범국민평화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을 포위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 도중 돈을 입에 가득 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일부는 이후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연합뉴스

- 사드 반대 진영 이중적 태도

84개 단체중 北核 비판 2곳
中 사드보복 언급 1곳 불과

전문가 “민감한 反美 퍼포먼스
불필요한 외교적 논란 유발”

네티즌도 비판 목소리 커져
“집회하려면 北에 초점 맞춰야”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들이 대거 참가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이 지난 24일 서울 도심에서 한·미 당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인 가운데 보수단체와 외교·안보전문가들은 “진보 진영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중국의 경제 보복에는 입을 닫으면서 한반도 안보 위협에 대한 대비책인 사드 도입에는 대안도 없이 반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드엔 반대, 北 미사일엔 침묵=사드저지전국행동은 24일 ‘사드철회 평화행동’ 집회를 열고 미국 대사관을 에워싸는 형태의 ‘포위 행진’을 하며 “미국은 사드 배치 강요 등의 주권 침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회원 단체인 참여연대는 성명과 논평 등을 통해 “사드 배치는 핵전력을 포함한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국방부는 사드 한국 배치의 핵심적 의도가 사드 레이더가 탐지한 중국 등의 미사일 발사 초기 정보를 이용해 미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은폐했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이 단체는 “대북 방어용으로 사드의 효용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드 배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절차가 불투명했고,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일보 취재진이 사드저지전국행동 출범 당시(지난해 8월 18일) 회원 단체 139개(중복 단체 등 제외) 중 홈페이지가 있는 84개 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성명·논평을 확인한 결과, 26일 오전까지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 번이라도 비판 글을 게시한 단체는 2곳이 전부였다. ‘노동당’이 5월 22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에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를 멈추라고 촉구했고,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연대’는 5월 14일 성명과 같은 달 25일 ‘뉴스브리프’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에 대해서는 한국진보연대가 유일하게 지난 1일과 8일 성명 등에서 언급했지만, 중국을 비판하기보다 경제보복까지 감수하며 사드를 배치해야 하느냐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네티즌·전문가 등 비판 고조=일부 진보 단체들이 사드 배치는 맹비난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 사실상 ‘침묵’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반대를 외치는 것은 동맹이 균열하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이지 사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도 “미 대사관 앞 시위 등의 행태로 사드를 정쟁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네티즌은 “집회를 하려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이성을 잃은 북한 김정은한테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온라인에서는 ‘안전을 지키려고 경찰이 있는 건데, 되레 경찰이 없어져야 안전해진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 등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시민사회단체의 사드 반대 시위가 벌어지면서 외교적 논란을 자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열수(국제정치학 전공) 성신여대 교양교육대학 교수는 “정상회담을 며칠 안 남겨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미국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외교적 논란과 비용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한·미 동맹이 무엇이고, 한·미 정상회담을 왜 하는지에 대해 청와대부터 목적의식이 분명하지 않다”면서 “그렇다 보니 일부 시민단체들이 무엇이 국익에 보탬이 되는지 잘 모른 채 자기들 생각대로 주장하고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김수민·전현진·김유진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