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발언’ 간접적 반박
“배치 동맹결정, 되돌릴수 없다”

국무부는 “北 할일은 비핵화”
韓·美훈련 축소 연계론 일축

미국 국무부·국방부가 22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주요 한·미 동맹 현안에 대한 한국 측 입장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특히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올해 사드 1기 배치, 내년 5기 배치’ 발언에 대해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 차원의 결정”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간접적으로 반박했다.

국방부는 이날 언론에 발표한 논평에서 “미국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 정부의 입장이 동맹의 결정이었으며, 앞으로 철회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는 “우리는 사드 배치 전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긴밀하고 전적으로 투명하게 협의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 측 입장은 지난 7일 “사드 배치는 동맹의 결정이고, 철회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공식 입장을 믿는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국방부가 논평에서 발사대 1기가 아닌 “사드 포대 전체를 배치하는 게 한국 국민과 주한미군을 방어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힌 것은 문 대통령의 ‘올해 1기 배치, 내년 5기 배치’ 논리를 완곡하게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한·미 간 합의는 금년까지 사드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에 배치하는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국무부도 이날 최근 남북에서 잇따라 제기한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맞교환 가능성을 묻는 말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일축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인도 주재 북한대사의 발언에 대해 “북한은 미국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며, 그것은 바로 비핵화”라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방법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9∼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및 한·미 연합훈련 등이 한·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열린 ‘2017 의회 국가안보 포럼’에서 “한국의 신정부가 다른 대북 접근법을 갖고 있고, 이것이 미국의 외교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방어재단 선임연구원도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북한 비핵화 등에 어떤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