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에 군사타격 주장
“北여행금지 시행해야” 촉구도
정치권도 “제재만이 북핵해법”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지 6일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장례식이 22일 엄수된 가운데 미국에서 ‘북한응징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언론들은 연일 미국인의 북한여행 금지 조치 시행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유사 사태가 재발하면 “북한에 지옥 불을 떨어뜨려야 한다”면서 군사적 공격까지 주문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어떤 옵션도 테이블 위에서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전문가들도 “유일한 북핵 해법은 대북 압박뿐”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USA투데이는 이날 ‘이제 여행금지를 시행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개인의 위험을 감수한 행동이 미국 전체의 집단적 문제가 돼서는 안 되며, 잠재적 피해자를 막기 위해 미국은 ‘은둔의 나라(Hermit Kingdom)’로의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적 성향의 폭스뉴스는 아예 “웜비어 사망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북한이 또 다른 미국인이나 미군을 해치면 미국은 이 우울한 불모지 국가에 지옥 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보복 공격까지 언급될 정도로 웜비어 사망에 미국 사회가 격앙돼 있는 것이다.

북한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송환됐던 웜비어는 지난 19일 사망했으며, 장례식은 이날 웜비어의 모교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와이오밍 고교에서 열렸다. 장례식에는 석방 협상을 했던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비롯해 총 2500명이 참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백악관도 한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대북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다시 꺼내 들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추가적 대북제재 조치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것이며, 어떤 옵션도 테이블 위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밝힌 것.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웜비어 사망 이후 연일 북한을 “잔혹한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의회 인사들과 전문가들도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연일 요구하고 있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2017 의회 국가안보 포럼’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을 압박하고,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을 막는 방식으로 북한의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