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개발 ‘가속’… 美전역 사거리 로켓기술 확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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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단계 엔진 시험’ 의미

중거리 ‘화성-12’ 3개 묶고
2·3단계 엔진에 연결하면
사거리 1만5000㎞ 가능성

연내 ICBM 시험발사 할수도
대기권 재진입기술 등 갖춘후
2 ~ 3년안에 최종적 개발 전망

북한이 22일 로켓엔진 발사 시험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여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ICMB 시험 발사에 나설 경우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강경으로 흐르는 미국의 대북 정책을 더욱 경화시켜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23일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로켓엔진이 ICBM의 가장 작은 엔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작은 엔진은 1∼3단계 중 3단계 엔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ICBM을 날릴 수 있는 기술을 최종적으로 확보하기까지 2∼3년은 더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지난 2월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엔진을 토대로 연내에 첫 시험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로켓엔진 시험은 본격적인 ICBM 발사를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탑재 ICBM을 손에 넣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도 북한의 새로운 로켓엔진 시험 정보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들어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18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국방과학원이 자체적으로 새로 개발한 ‘대출력 발동기(고출력 엔진) 지상분출시험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를 ‘3·18 혁명’으로 부르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이 엔진을 이용해 ICBM 전 단계인 IRBM 시험발사에도 이미 성공한 상태다. 북한이 지난달 14일 발사한 IRBM 화성-12형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2100㎞의 최고고도로 약 780㎞를 비행했다. 군은 화성-12형이 500㎏의 탄두를 탑재한다고 전제하고 30∼45도의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비행 거리가 4000∼5000㎞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화성-12형 발사에 쓰인 엔진 3개를 한데 묶고(클러스터링) 3단 분리 시스템을 갖추면 ICBM으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도 비슷한 추력의 엔진 여러 개를 묶는 방식으로 SS-18 ‘사탄’과 같은 ICBM을 개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시험은 80tf(톤포스·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힘) 1단 액체로켓을 사용한 IRBM 발사에 성공한 데 따른 2단 또는 3단 로켓 시험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에 사용된 것이 3단 로켓 엔진일 경우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 전역을 사거리에 넣는 3단 로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은 북한이 엔진 클러스터링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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