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곧 개선안 보고
‘공약 후퇴로 비칠라’ 고심중
‘사과’ 준하는 입장표명 전망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5대 비리 배제’ 원칙에 묶여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인사가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문 대통령이 어떤 출구전략을 쓸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의 인사 공약이 과거 정부의 검증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선의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인재 풀을 좁힌 결과를 초래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9일 청와대와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규범적 성격이 강한 5대 원칙을 손봐 현실에 맞게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심도 높게 고민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인선검증 기준개선 및 청문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이런 내용을 주로 하는 새 인사 원칙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TF 측은 “국민의 도덕적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5대 원칙을 완전히 철회할 수는 없지만, 원칙을 상황에 맞도록 유연하게 적용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하는 방안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인선 기준 개선 최종안이 확정되는 대로 이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다만 새 인사 기준안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공약의 후퇴로 비칠 수 있다는 데에 문 대통령의 고민이 있다. 문 대통령이 아무런 사전·사후 설명도 없이 5대 원칙 하나하나마다 단서조항이나 예외조항을 두는 방안을 수용할 경우 ‘원칙의 파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그러려고 5대 원칙을 대선 공약으로까지 내세웠느냐”는 비판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국 문 대통령 스스로 5대 원칙을 손볼 수밖에 없는 배경과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수준을 넘어 ‘사과’ 내지는 ‘유감’의 뜻을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문 대통령의 사과에 준하는 대국민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인사 검증 법제화를 약속한 만큼, 정부와 국회에 고위공직 후보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인사 검증 기준을 담은 법안 제정에 나서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여당의 4선 이상 의원들 모임인 중진자문회의 조찬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5대 원칙 공약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고 (이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사실은 문 대통령이 출구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